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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시선


연성
2017.10.23 12:59

취중진담 - 남준의 잔 (재업)

추천 수 5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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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알콜이 들어가면 주위가 빙글빙글 돈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연해지고, 투명한 액체를 들이키는 속도가 약간 빨라진다. 한 모금, 어색해진 분위기가 풀리고, 두 모금,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얘기를 꺼내고. 발바닥이 마비되고 땅이 몰캉하게 내 발을 감싸 걷기조차 힘들어질 때 즈음, 거리의 불빛이 형형색색으로 일렁거려 펑- 퍼엉- 불꽃놀이를 만든다.


좋아해, 남준아.


환하게 일렁여 나를 잠식하는 혼란 속에서 단 한 사람만이 또렷하게 다가온다.



[슈랩]취중진담
남준의 잔





야, 민윤기선배 알아?


"민윤기? 아아, 윤기. 윤기 모르는 사람이 어딨냐."
"야 우리 학교에 그런 소리 있다? 캠퍼스 아무데서나 윤기선배 이름 부르면 여자 셋은 돌아본다고."


13학번 민윤기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흔히 들을 수 있는 얘기들이었다. 우리 학과에서 민윤기를 모르는 사람은 간첩이었다. 여자들은 다정하게 웃어주는 윤기오빠와 눈만 마주쳐도 사랑에 빠진 소녀마냥 방방 뛰었고, 남자들은 쿨하게 술값을 낼 줄 알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농구 코트 위를 가르는 윤기형을 동경하고 칭찬했다. 학교 축제에서 끌려 나와 소화해내기 힘들다는 랩을 완벽하게 끝낸 이후로는 다른 학과 여자애들까지 윤기선배 얘기를 꺼냈다. 민윤기는,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바쳐 임하기에 빛이 나는 사람.


그렇게 완벽하게 보여지는 사람이었기에, 나는 조촐한 동방에서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는 윤기형을 퍽 좋아했다. 밍기적대며 담요를 어깨에 걸치고 흑백영화를 보는 형의 모습은 결코 보기 쉬운 모습이 아니었다. 반쯤 감긴 눈, 무심하지만 우아하게 키보드를 누르는 하얀 손가락, 나만이 아는 민윤기. 이 사람이 내 앞에서 조금은 무방비하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기뻤다. 영화를 보다가 가슴 한 켠을 울리는 장면이 나오면 꼭 준아- 하고 나를 불러서 그 장면을 다시 보는 윤기형이 좋았고, 미간을 찌푸리며 집중하는 형의 모습에 제멋대로 달아오른 귀를 들킬까 딱딱하게 굳어서 애꿎은 뒷머리를 쓸어 넘기는 일이 허다했다. 하지만 나는 무언가 큰 걸 바라는 사람이 아니었다. 괜히 내가 윤기형을 좋아해 해가 될 마음도 없었을 뿐더러, 지금의 관계에서 오는 소소한 걱정과 관심만으로도 나는 벅차 올랐다. 그래, 지난 주까지만 해도 모든 건 평화로웠는데.


그 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공강이 겹치는 시간에 윤기형과 오래된 영화 한 편을 보았고, 출출하다며 나를 이끌고 자주 가던 술집으로 들어갔다. 불금인데 술이 빠질 수 없다며 윤기형은 익숙하게 처음처럼 둘이요! 를 외쳤고, 곧 나온 닭발과 오뎅탕을 안주로 조금은 쓴 소주를 넘겼다. 여자 없이 나랑 주말을 시작한다며 투덜대던 윤기형도 곧 얼굴이 발개져서 준아, 하고 이죽댔다. 식탁 밑에 소주병이 다섯 병쯤 쌓였을 때 술집 이모님이 병을 치우며 그만 좀 마시라고 끌끌 혀를 차도 윤기형과 나는 그저 깔깔대며 웃었다. 새벽 세시였나, 네시였나. 흥이 한껏 올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윤기형 어깨에 손을 걸쳤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다음으로 내가 본 것은 햇빛이 쨍 들이치는 자취방에서 쓰린 속을 부여잡고 등을 벅벅 긁고 있는 갓 스물 된 청년이었다. 내가 집으로 기어왔는지 날아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술에 약하면서 열심히 주문만 해대는 윤기형과 마시면 결국 끝에 필름 끊기는 건 나였다. 얼굴에 내리 꽂히는 햇볕에 인상을 쓰며 신경질적으로 커튼을 쳤다. 핸드폰을 보니 시간은 이미 오후 두 시. 해장하기 완벽한 시간이라고 반쯤 날아가버린 토요일을 애써 머릿속에서 지우며 찬장 구석에 박혀있는 라면과 냄비를 끄집어냈다. 물을 받고, 냄비를 올리고, 가스불을 켰다. 따다닥- 소리를 내는 가스불은 절대 한 번에 켜지는 법이 없었다. 따다닥- 아, 왜 안 켜져. 따닥- 어제 어떻게 집까지 왔지. 딱, 따다닥- 어떻게 하나도 기억이 안 나냐. 팟- 어, 켜졌네.


좋아해, 남준아.


가스불이 붙는 동시에 대학가의 네온사인만큼이나 선명하고 아찔했던 어제의 윤기형이 떠올랐다. 고백하던 순간, 윤기형은 마치 멀쩡한 것처럼 내 눈을 곧게 바라보았고, 서늘한 손으로 내 달아오른 볼을 매만졌었지. 화악 올라오는 이 열기가 코앞에 있는 불 때문인지 어제의 기억 때문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입맛이 뚝 떨어져 재빨리 가스불을 끄고 받았던 물을 다시 개수대에 흘려 보냈다. 근데 내가 뭐라고 대답했지?


정작 중요한 대답이 기억나질 않아서 엉망인 기분으로 남은 주말을 흘려 보냈다. 난생 처음으로 월요일을 기다려 날이 밝자마자 동방으로 뛰어갔지만, 그 방에서 날 맞이한 건,


"준이 왔냐."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하는 윤기형이었다. 아, 잊고 있었다. 이 인간의 유일한 허점. 처음 윤기형과 술을 마실 때 자기는 술에 세질 않다며 안주만 씹어댔었지. 소주 한 잔에 얼굴이 빨개지고 네 잔에 해롱대는 형이 그 날 두 병이나 들이키고 정신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망연자실한 내 표정을 보고 무슨 문제 있냐며 눈을 맞춰오는 형에 답답한 건 나였다. 이런 심정을 알 리 없는 윤기형은 어깨를 툭 치며 친구가 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별 소득도 없이 터덜터덜 나가려 하자 형은 굳이 자리 비켜줄 필요 없다며 나를 다시 앉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복도에서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벌컥 문이 열리며 잘생긴 얼굴이 퐁 나타났다. 민윤기이! 하며 형의 이름을 부른 남자는 양 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야, 하나도 안 변했어."
"너는 미국 산다는 애가 한국어 하나도 안 까먹었네."
"당연하지! 헤-"
"칭찬 아니야. 사오라는 건?"
"난 보이지도 않냐. 이 쓰레기새꺄. 받아."


친근하게 대화하는 남자와 형 사이에서 가만히 듣다가 아무래도 방해가 되는 듯해서 나가려니 남자가 날 붙잡았다. 근데 얜 누구야? 필터링 없이 나온 질문에 형이 김남준, 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아니, 이 남자가 물어본 건 내 이름이 아니잖아. 날 알 리가 없는데.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남자는 얼굴에 웃음을 띄우며, 아아, 남준씨! 많이 얘기 들었어요, 민윤기한테! 전 김태형이예요, 라며 주절거렸다. 두서없이 튀어나오는 말에 어버버거리는 동안 태형씨는 신이 나서 윤기형한테 술자리를 제안했다.


"야 오늘 그럼 한 잔 하는 거야? 너 존나 잘 마시잖아. 주량 네 병이랬나."
"뭔 소리야, 사람이 어떻게 네 병을 마시냐."
"허? 놀구 있네."
"아 닥쳐.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지랄하네. 남준씨도 가실래요?"


네? 네에... 얼떨결에 대답하자 태형씨는 입을 크게 벌려 미소 지었다. 내가 방금 무슨 얘길 들은 거지. 윤기형 주량이 네 병이라니. 알게 모르게 허둥대는 윤기형에게 뭘 물어보기도 전에 태형씨에게 등을 떠밀리다시피 동방에서 나왔다.


삼 일 만에 찾은 술집은 금요일의 기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그 날 앉았던 자리에 앉으니 나를 어루만지던 윤기형이 더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는 동안 이모님이 항상 시키던 안주를 내어왔고 술잔이 채워졌다. 예상 외로 술, 술, 노래를 부르던 태형씨는 두 어 잔을 몇 번에 나눠 마시고는 졸기 시작했다. 조는 게 주정인가. 투명한 잔을 보고 있자니 올라오는 취기에 관자놀이를 지긋이 누르자 형이 걱정된다는 듯이 술잔을 뺏어갔다. 그만 마시자, 남준아. 내일 주말도 아니고. 벌떡 일어난 윤기형은 취해서 비틀거리는 태형씨를 택시에 태워 보내고 술값까지 계산했다. 그 뒤로 집에 데려다 준다면서 술집 밖으로 나를 이끌고 이리저리 헤매며 말을 걸어댔다. 아, 여기 맞았나? 남준아, 정신 좀 차려봐. 왼쪽 맞지? 형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어지럽게 흐트러진다. 왜 모든 단어가 이상하게 들리지. 좋아해, 남준아. 좋아해, 남준아. 좋아해, 남준아. 다시 생각나버린 고백에 정신이 또렸해졌다. 아, 물어볼 게 있었지.


"윤기 형."
"으응, 준아."
"좋아해요."


걸음을 바삐 하던 두 발이 멈췄다. 윤기형 새카만 눈동자에 가로등 불빛이 아른거렸다. 도대체 읽을 수 없는 형의 표정에 실수한 건가 하는 순간, 몰캉한 무언가가 내 입을 침범해 왔다. 바로 앞에 서서 내 턱을 감싸 쥐는 윤기 형은, 아름다웠다. 내가 지금 취해서 꿈을 꾸는 건지 현실을 꾸는 건지 분간이 잘 가지 않았다. 내 손에 잡혀있는 게 윤기형 머리카락인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 난 취했으니까.
-


이게 얼마만이냐...! 글 기억하는사람 있으려나ㅠㅠ 백시 2 생겨서 넘나좋은데 예전에 쓰던 글 까먹고 백업 안해놨던거 원백시와 함께 날아가서 다시 써야되니께 겁나 귀찮다... 그래도 뉴백시 좋아 집온기분이양... 아 그리고 이거 처음 쪘을때 윤기의잔도 써야지 했는데 1년지난 아직까지 못쓴건 안비밀 ㅇ_<... 다시 써보고싶당..

  • 백수 2017.10.24 03:50
    졸라....너백수...내꺼하자....ㅜㅜㅠㅜㅠㅜㅠㅜㅜㅠ
  • 백수 2017.10.25 22:39
    어떳ㄱ해 어떡해 어덕해 어떡해 어떡해!! 너무 좋아 백수야 이거 진짜 어떡하지ㅠㅠ 나 이거 하루에 세 번씩 볼래 너무 좋아ㅠㅠㅠㅠ
  • 백수 2017.10.28 10:57
    좋아 백수....너무 좋아...좋아....사랑해.......
  • 백수 2017.10.28 11:00
    오랜만에 외쳐본다 슈랩 만만세ㅠㅠㅠㅠㅠㅠㅠ 백수ㅠㅠㅠ 너무 좋다 진짜ㅠㅠㅠㅠㅠ
  • 백수 2017.10.28 19:28
    헐 백수야 좋아 짱이다...
  • 백수 2018.03.06 23:26
    백수.....왜 이제야 돌아왔냐거....넘우 많이 기다렸지 않냐거......♥♥♥♥ 짱이야 추천 백 개 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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