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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 1

 

 

 

  BGM : Jason Walker - Down

 

    

  윤기는 덜덜 떨리는 손에, 결국 운전을 포기하고 도로로 나왔어. 난생처음 탄 택시 안에서, 라디오만 흘러나오는 고요함 속에서, 윤기는 눈앞이 캄캄해 짐을 느꼈어. 지민의 말이 떠오르고, 윤기는 결국 입술을 짓씹으며 흐느꼈어

 

    

  혀엉,어떡해요,흐윽, ,떡해.... 

  우리 현이, 우리 현이 좀, 제발,..

 

    

  살려주세요.     

 

 

 

 

    

 

  처음 지민에게 연락받았을 때와 똑같은 말이야.

  근데, 그때와 같은 말임에도,

 

  말의 무게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건 왜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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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에 도착한 후, 얼마인지 듣기도 전에, 윤기는 지갑 안에 있는 현금을 모두 꺼내 기사에게 건네주었어.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급하게 병원 로비를 지나, 승강기로 향하고. 급한 자신의 마음도 모른 채, 내려오지 않는 승강기에 욕을 뱉은 윤기는 계단으로 향했어. 쉬지 않고 5층까지 올라가, 숨을 몰아쉬며 찾아간 중환자실 앞에는, 바쁘게 움직이는 의료진들 사이에서, 지민이 홀로 주저앉아 울고 있었어.

    

  지민아.

 

    

  떨리는 목소리로 지민의 이름을 부르면, 그제야 윤기가 온 걸 확인한 지민이, 소리도 못 낸 채 울며 안겨왔어. 어떻게 된 일인지 묻지도 못한 채 윤기는 그저 지민을 마주안고 울었어. 그제야 소리를 내며 숨이 넘어가게 울던 지민이, 이내 조용해지고. 놀란 윤기가 급히 지나가던 간호사를 붙잡으면, 얼마 후 의사가 달려와 지민을 데리고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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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기가 도착했을 땐,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난 후였어.

 

 

     

  그날따라 이상한 꿈을 꾼 지민은 불길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어. 꿈속엔 아이가 나왔어. 병원에 입원한 이후로 우는 모습만 보여주던 아이가 예전처럼 방긋방긋 웃으며 지민에게 손을 내밀었어. 전처럼 뛰어도 다니고, 크게 웃으며 아이는 즐거워했어. 오랜만에 보는 모습에 지민도 아이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웃고 있던 도중, 갑자기 아이가 사라졌어. 놀란 지민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넘어지며 아이를 찾아다녀 봐도 아이는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어. 결국 지민이 자리에 무너져앉아 울기 시작하고, 얼마 후에 지민은 급하게 숨을 들이켜며 잠에서 깨어났어.

    

 

  지민은 불안한 마음에 바로 중환자실로 가서 면회를 신청했어. 오늘은 시간이 끝났다는 간호사의 말에도 계속 사정하며 부탁했어. 결국 간호사가 시간을 바꿔주고, 환자실로 들어갔을 땐,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지민을 바라보고 있었어.

 

    

  자신을 찾아온 지민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으며, 아이는 그제야 천천히 눈을 감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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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 2

 

 

 

  BGM : Keaton Henson - To Your Health 

 

 

    

  쓰러졌던 지민이 눈을 떴어.

    

  자신의 손을 잡고 울고 있는 윤기가 보였고. 지민은 다시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어. 진짜, 갔구나...우리 현이, 진짜 갔구나. 감은 눈 사이로 계속 눈물이 흐르고, 감아도 자꾸 생각나는 아이의 얼굴에, 지민은 고통스러워했어. 그나마 다행인 건, 아이의 마지막 얼굴이 고통스러워 보이진 않았다는거, 그거 단 하나뿐이었어.

 

 

 

 

 

.

.

.

 

    

  장례식을 마치고, 윤기는 지민과 함께 헤어지기 전에 지민이 살던 집으로 들어왔어. 장례를 치르는 삼 일 동안 한숨도 자지 못하고 운 지민을 부축해 침실로 들어와 눕히고. 윤기는 계속해서 지민의 얼굴을 어루만졌어. 윤기의 부탁으로 집으로 주치의가 찾아오고. 의사가 지민에게 수면제를 투여한 후에야, 지민은 아이가 떠난 후 처음으로 잠에 들었어.

 

 

  지민이 잠든 걸 확인하고, 윤기는 이전 지민의 집에서 챙겨온 짐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어. 중간쯤 정리해가던 와중에, 아이의 앨범과 함께 놓여 있는 산모수첩이 보이고, 윤기는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수첩을 들어 올렸어. 수첩 속 날짜는 , 윤기가 떠난 후인 임신 8주차부터 시작되고, 매일매일이 초음파와 함께 간단한 일기로 적혀있었어.

 

 

  xx월 xx일.

 

아이가 생겼다. 혼란스럽다. 어떡하지... 나 혼자, 잘 키울 수 있을까. 만약 아이를 무사히 낳더라도,..혹여나 사람들이 알게 되면..

내가 형의 앞길을 막게 되고, 사람들이 나 때문에 형한테 손가락질하면 어떡하지..상상도 하기 싫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형은 모르고 헤어졌으니깐,..절대.절대 들키지 말아야지.                             

나만 조심하면 괜찮을 거야. 끝까지 비밀로 하면, 아무도 모르게 하면 괜찮겠지..? 근데,..그럼 우리 아이는 어떡하지.

이유도 모른 채 아빠의 얼굴도 모르고 살아야 하는, 우리 아이는 어떡하지.

 

  xx월 xx일. 

 

일하던 식당 tv에서 형을 봤다.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수척해진 거 같았다.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신부의 손을 잡고 천천히 식장 안으로 들어가는 형의 모습에, 차마 끝까지 못보겠어서 고개를 돌리려는데, 그 순간 tv 속 형과 눈이 마주쳤다.

아무것도 못하고 굳어서 화면만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조금은 야윈 얼굴이, 가라앉은 눈빛이, 꼭 지금 어디 있냐고 묻는 거 같아서.

결국엔 주저앉아서 엉엉 울어버렸다. 놀란 점장님이 다가와 이유도 모른 채 위로해주시는데,..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형,..내가 형을 어떤 마음으로 놓아줬는데, .. 잘지내야지...왜,..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

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서있어.. 

 

형..나도 너무 힘들고, 형도 너무 힘들어 보이는데,..우린, 대체 왜 헤어진 걸까...

 

 

  xx월 xx일.

 

입덧이 심해졌다. 걱정이다. 내가 잘 먹어야 아기가 잘 클 텐데.. 정기검진에서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많이 작다고 하셨다.   

새벽일은 하는 게 아니었는데.. 후회가 된다. 내가 엄마 자격이 있는 걸까.. 나 때문에 아이까지 힘들게 하고...병원에서 이러다가 더 심하면

유산까지 갈 수도 있다고 하던데. 걱정이다. 진짜..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최대한 벌어놔야 할 텐데...일단 일은 그만둬야겠지.. 그럼,

그 후엔 어떻게 해야 하지..막막하다 진짜..    

   

  xx월 xx일.

 

첫 입체초음파. 닮았다. 형이랑, 많이...

보고 싶어서 어떡하지. 시간이 지나도 계속 생각나는데 이럴 땐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보고 싶다. 윤기형.

 

  

 

 

  자세히 안 보면 안 보일 정도로 작게 써놓고도,  혹시 누가 볼까, 안 보이게 제 이름을 볼펜으로 직직 그어놓은 모습을 보고는 윤기는 가슴이 저려와 입술을 세게 깨물었어. 그리고 그다음 마지막 장을 넘기고선 윤기는 결국엔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어.

 

 

  04월 17일.

 

현. 빛날 현. 형과, 내 아이.

현아, 엄마한테 와줘서 고마워.

앞으로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줘. 힘든 건, 엄마가 다 할게. 

                    

사랑해 현아, 내 전부.    

 

  갓 태어난 아이 사진이 한 장, 그리고 그 옆에 병원 사람이 찍어줬는지, 힘없는 손으로 웃으며 갓 태어난 아이를 소중하게 어루만지고 있는 지민의 사진.

 

  아이가 태어난 순간도, 아이가 떠나는 순간조차도 지민은 항상 혼자였어. 아이가 처음으로 눈을 떠서,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그 모든 순간을 지민 혼자 서서 겪게 만들었어. 지민이 지금까지 겪어왔을 고통과, 지금 겪고 있을 고통까지, 도저히 상상조차 되지 않아서, 저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지민의 마음은 가늠조차 되지 않아서, 윤기는 한참 동안 마지막 장을 넘기지 못했어.

 

 

.

.

.

 

        

 

  지민은 그날 이후로 아예 입을 닫아 버렸어.

    

  밥을 먹지도 않았고, 말조차도 하지 않았어. 의사는 아이를 잃은 엄마가 보일 수 있는 증상이라 설명했지만. 도통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윤기는 하루에 한 번 주치의를 불러 지민을 보게 했어. 식사 대신 주사를 맞고, 제 의지로 잠에 들지 못해서 수면제를 맞아야지만 겨우 잠에 드는 지민을 보며, 윤기는 저가 더 아픈 얼굴로 주삿바늘이 꽂힌 팔을 하염없이 어루만졌어. 약에 의존한 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지민을 보면서도, 곁에 있어주는 일 말고는 제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었어. 윤기는 타들어 가는 속으로, 그저 수면제 덕에 편히 잠든 지민의 얼굴을 보며, 하루종일 그 곁을 지켰어.  

    

 

 

 

  지민 때문에, 오랫동안 아무런 통보 없이 회사에 나가지 않자, 결국엔 전화가 빗발쳤어. 이대로라면 집에까지 찾아올 기세라, 어쩔 수 없이 지민이 잠든 걸 확인한  윤기는 가정부에게 연락을 하고선 잠깐 자리를 비웠어. 당장 급한 일들만 서둘러 처리하며, 중간중간 핸드폰을 확인하던 윤기는, 마지막 일을 마무리할 때쯤 온 문자에 급하게 집으로 향했어. 

 

  어떡하죠,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퇴근할게요. 

  식사 준비는 해 뒀고요. 사모님 잠드신 거까지 확인하고 나왔어요. 죄송해요. 

 

 

 

  나간 지 몇 시간 만에 급하게 집으로 돌아오면, 인기척 없이 깜깜한 거실이 보이고. 안도하기도 전에, 침실 쪽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에, 윤기가 급하게 방문을 열면, 언제 일어난 건지, 어두운 방안에 얼굴을 무릎에 묻은 채 우는 지민이 있어. 소리도 내지 못하고 힘겹게 우는 지민을 보고, 윤기는 이제 더 이상 차마 지민의 곁을 비울 수가 없었어. 다가갈수록 꽉 짓이겨진 입술과 눈물 범벅이 된 얼굴이 보이고. 그 앞에 마주 앉아 힘주어 쥐고 있는 주먹을 펴내면, 얼마나 꽉 쥐었는지 손톱이 박혀 피가 나는 걸보고, 윤기는 마음을 굳혔어.  윤기는 결심과 함께 바로 기자회견을 잡았어.

 

 

 

 

 

  회사엔 자신을 대신해 줄 사람이 있겠지만, 지민에겐 아니야. 지민에게 남은 사람이 이제 저밖에 없어. 

 

 

 

.

.

.

 

 

  '죄송합니다'

 

  윤기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혼 사실을 밝히고, 모든 경영권을 내려놓기로 했어.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황하는 직원들과 기자들에게 사비로 선임한 전문경영인을 소개하고 죄송하다며 꾸벅 허리를 숙인 후, 윤기는 단에서 내려왔어.

 

    

 

  가정부에게 지민이 일어났다는 연락이 와서, 윤기는 급히 차에 몸을 실었어. 밥은 여전히 거부하지만, 다행히 울고 있지는 않다는 말에, 빨리 갈 테니 퇴근을 조금만 늦춰달라고 부탁하고는 시동을 걸었어. 그리고 출발하려던 순간 걸려온 또 다른 전화에, 윤기는 잠시 망설이다가 핸들을 틀어 목적지를 바꿨어.

 

    

  안녕하세요. xx병원인데요. 현이가 쓰던 병실을 지금 쓰시는 분한테, 지금 전해 받은 게 있어서요.

  현이 물건인 거 같은데..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가지러 오시겠어요?

 

 

 

    

 


  • 백수 2017.11.29 00:31
    밷쭈야...세상에나..어디로 절을 하면 되겟닝? ㅠㅠㅠㅠㅠ넘나쟈밋는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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