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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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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 Lucia(심규선) - 부디

 

   

 

 

 

 

  누군가 자신을 쓰다듬는 느낌에 깬 윤기가, 지민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어있어 있는 걸 깨닫고선 급하게 벌떡 일어났어. 지민아, 지민아. 방 안을 샅샅이 뒤지던 윤기가, 침실 문을 벌컥 열고 나왔어. 거실에도 없고, 주방에도 없어. 윤기는 불안감을 쉬이 감추지 못했어. 지민이, 지민이가 없어. 윤기는 이제 단 두 군데 남은 화장실과 그 옆방을 보며 그 자리에 얼어붙었어. 지민의 공허했던 눈동자가 떠오르고, 자꾸 나쁜 상상이 들었어.

 

 

 

 

  지민이마저 떠났다면, 지민이마저, 아이에게 가버렸다면,..

 

 

  두려움에 발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확인해야 했어. 지체할 시간이 없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윤기는 화장실 손잡이에 손을 올렸어. 그리고 돌리려던 그 순간,

 

 

 

  덜컥,

 

 

 

 

  화장실 옆방에서 지민이 모습을 드러내고, 온전한 지민을 눈에 담은 윤기는 긴장감이 풀려 그 앞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어. 놀란 지민이 윤기에게 다가오고 이내 걱정스러운 말투로 윤기에게 말을 건네왔어. 형..? 괜찮아요..? 그러면한 달 만에 듣는 지민의 목소리에, 윤기는 이내 울며 지민을 끌어안았어. 지민아,.. , 너 없으면, 못 살아.그니깐..제발,..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오고, 자신과 맞닿은 윤기의 손이 주체할 수 없이 떨리고 있어 지민은 조용히 윤기를 끌어안았어. 미안해요.걱정시켜서.

 

 

.

.

 

 

 

 

  아이의 마지막 말 이후로 잠에서 깬 지민은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어. 그 후,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윤기의 얼굴이었어. 자신을 간호하다 잠들었는지, 불편한 자세로 잠든 윤기가 보이고, 그런 윤기가 마음에 쓰여 지민은 수척해진 윤기의 얼굴을 한참이나 손으로 어루만졌어. 그리곤 조심스럽게 윤기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어 방 밖으로 나왔어. 침실에서 가장 가까운 방, 건너편 방의 문이 꽉 닫혀있는 게 보이고. 지민은 주저 없이 그 방으로 향했어.

 

  예상대로 그 방엔 얼마 없는 아이의 유품이 놓여 있었어. 지민은 손잡이를 꽉 쥐었다 놓은 후 방안으로 들어갔어. 윤기가 정리했는지 예전 집과 똑같게 아이의 짐들이 정리되어있고, 지민은 천천히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아이의 물건들을 어루만졌어. 그 후, 지민은 배냇저고리부터 아이 옷까지 차근차근 가지런하게 접어 정리하기 시작했어. 정리한 물건들을 모두 한 상자에 예쁘게 담고, 마지막으로 그 안에 든 모든 걸 찬찬히 훑은 후에야 지민은 상자 뚜껑을 닫았어. 

 

 

  그리곤 한참을 일어나지 못 했어. 시간이 거듭되어 흘러가도 잊혀지지 않는 잔상에, 지민은 함참을 그 앞에 머물렀어. 절절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상자 위를 쓰다듬자, 재차 꿈속에서 들었던 아이의 목소리가 스쳐지나가고, 그제야 지민은 눈을 질끈 감은 후 힘겹게 몸을 일으켰어.

 

 

 

  

  이젠, 아이를 보내 줘야 해.  

 

 

.

.

.

 

 

 

  지민은 그 후로, 점점 기력을 되찾았어.

  잘은 모르겠지만, 그 이유 또한 아이 때문일 거라고 윤기는 짐작했어.

 

 

 

  윤기가 죽을 후후 불어서 건네주면, 입을 열어 받아먹는 모습이 사뭇 예뻐 윤기는 작게 미소 지었어. 아직 일반식은커녕 죽밖에 못 넘기지만, 그래도 밥을 거르진 않아서 윤기는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놓였어. 점점 수면제 없이 잠에 드는 날이 많아지고, 울며 잠드는 날이 줄어들수록 윤기는 잘 이겨내 준 지민에게 고마웠어. 간혹 지민의 컨디션이 좋은 날엔 근처 공원이나 동네로 산책도 가기도 했어. 그리고 그런 날이면, 윤기는 잠든 지민의 손을 꼭 쥐며 하염없이 고맙다고 말했어. 고마워. 잘 버텨줘서, 잘 이겨내 줘서정말 고마워.

 

 

.

.

.

  

 

  지민은 제 앞에서 부산스레 움직이는 윤기를 바라봤어. 눈이 보고 싶다며 밖에 나가고 싶다고 말한 지 벌써 이십 분이 지났어. 지민이 먼저 나가자고 한 건 처음이어서 그런지 윤기는 평소보다 신나 보였어. 얼마나 들떴는지, 겨울 날씨에 겉옷도 안 걸치고 양말도 안신은 채 바로 나가려는 걸 지민이 가까스로 붙잡아 세웠어. 근데 아까는 그렇게 서두르더니, 밖이 춥다는 제 말 이 후론 춥다며 자신을 둘둘 감싸느라 바빠.

 

 

  니트, 가디건, 패딩에 목도리까지 한 후에야 지민은 겨우 집을 나설 수 있었어.         

 

 

 

  윤기는 지민과 손을 잡은 채 공원을 한 바퀴 돌았어. 그리고 그 후에작게 기침하는 지민에 창밖이 잘 보이는 카페로 들어왔어. 지민을 먼저 자리에 앉히고 주문하러 간 윤기는 평소에 지민이 좋아하던 메뉴를 주문했어. 주문 후에 지민을 향해 뒤돌면, 창밖을 보고 있는 지민이 보여뭘 보고 있는지 창밖을 빤히 바라보며 간간이 미소 짓는 지민에, 윤기는 작게 웃었어. 그리고선 음료를 받아서 자리로 돌아가던 윤기는. 지민이 보고 있던 게 무엇인지 확인한 후엔, 발이 묶여 움직일 수 없었어.

 

 

 

 

  아직 어려 보이는 아이들이 눈놀이를 하고 있어.

  딱, 현이 또래인 거 같은 아이들이.

 

.

.

     

 

  처음 밖에 나왔던 날이 떠올랐어. 지민의 상태가 차차 좋아지고, 이제 외출을 해도 좋다는 의사의 말이 떠오르자 윤기는 지민을 설득해 밖으로 나왔어. 옷을 입히고, 신발까지 손수 신겨준 후 문 앞에 섰을 때, 지민이 살며시 손을 잡아와 윤기는 그때까지 내심 나오자고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로비문이 열림과 동시에, 그 생각은 더이상 지속되지 못 하고 말았어.

 

  문 밖을 나서자마자 어린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노란 차에서 아이들이 내리는 게 보였어. 그제야 시간을 잘못 맞춘 걸 안 윤기가 아차 싶은 마음에 굳은 표정으로 노란 원복을 입은 아이들을 쳐다봤어. 곧이어 맞잡은 손을 꽉 쥐어오는 힘이 느껴지고, 그에 윤기는 고개를 돌려 지민을 쳐다봤어. 울 듯 말 듯, 복잡한 표정의 지민이 보이고. 윤기가 자신을 쳐다보는 걸 안 지민은 윤기를 보며 애써 입꼬리를 당겨 웃음을 지어 보였어. 휘어진 눈꼬리에도, 그 속에 감춰진 눈동자가 깊게 잠식된 건 차마 숨기지 못한 지민에, 윤기는 급하게 지민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어. 윤기가 다시금 지민의 손을 고쳐잡고, 지민은 차마 아이들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그 뒤를 따라갔어. 그리고 채 다섯 걸음도 못 떼었을 때, 제 옆을 스쳐 지나가면서 엄마아! 하며 뛰어가는 아이에, 지민은 결국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어. 갑자기 멈춰 선 지민에, 윤기가 뒤를 돌아보면, 어깨를 떨며 고개를 숙이고선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고 있는 지민이 보여. 급하게 다가온 윤기가 지민을 품에 안으면, 지민은 윤기의 옷자락을 쥐고선 더 깊게 고개를 묻었어.

 

  미안해요, 흐으,.. 안 울려고 했는데, 이제, 보내주기로 했는데...

 

 

  힘겹게 말을 잇는 부들부들 떨리는 어깨를 보며, 윤기는 제 생각이 안일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 지민이 일상으로 돌아오는 걸 보고, 지민이 이젠 정말 괜찮아져서 스스로 아이를 보내준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이젠 마음을 정리하고 모든걸 훌훌 털고 일어날 거라고. 이젠 더이상 지민이 아이때문에 아프지 않을거라고, 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 지민이 애써 괜찮은 척하며, 아이를 떠나보내주기 위해 힘겹게 발버둥 치고 있는 중이며 그 또한 모두 아이때문이라는 것도 모르는 채 말야. 윤기는 제 섣부른 생각을 탓하며 다시 한번 지민을 꽉 끌어안았어.

 

 

 

  부모가 죽으면 땅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

 

 

 

  어렸을 때  듣고 흘렸던 말이 이제야 와닿았어. 오늘따라 더 절절하게 다가오는 말에, 윤기는 제 품에서 가슴을 쥔 채 우는 지민을 바라봤어.

 

 

 

 

  아마 수십 년이 되어도, 죽는 그 순간까지도, 결국엔 잊지 못 할 거야. 하루하루를 가슴에 품고 살아갈 거야. 점점 무뎌진다 해도, 계속해서 다짐을 해도, 때때로 차오르는 그리움에 지금처럼 눈물 흘리는 날이 또다시 올 거야. 그럼에도,아이를 평생 가슴에 묻고 산다고 해도, 그 순간들이 더 이상 슬프진 않았으면 좋겠어. 지민이, 더 이상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이를 평생 품고 살아도, 그 기억이 아픔은 아니어서, 그 기억을 가슴에 품고 사는 지민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근데, 그게 가능할까..

 

 

  윤기는 그런 생각을 하며 제 앞의 떨리는 어깨를 감싸 안았어.

 

 

 

  그리곤, 끝내 답을 내리지 못 했어. 

 

.

.

.

 

 

  그날 가슴을 쥐고 애처롭게 울던 손이 눈에 들어오고, 혹시 지민이 또 울음을 터뜨릴까 윤기가 급하게 자리로 돌아와 그 손을 마주 잡았어. 지민은 그제야 창문에서 눈을 돌려 윤기를 바라봤어. 불안한 윤기의 눈이 지민에게 따라붙고 지민은 윤기가 걱정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알아 그저 윤기 손을 꽉 잡아주며 작게 웃어줬어. 그 모습이 꼭, 이젠 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거 같아서. 그날, 끝내 답을 내리지 못했던 제 물음에 대한 대답을 해주고 있는 거 같아서, 

 

 

 

 

 

  이번에 울음이 터진 건, 

  오히려 윤기였어.


  • 백수 2017.12.15 06:25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나 슬퍼ㅠㅠㅠㅠ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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