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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
2018.07.08 20:13

#미니의_시선 ♥9마음~15(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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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일어났어?]


지민도 그럴 테지만 윤기도 믿기지 않았다.  11자리 숫자일 뿐인데도 그냥 좋았다. 종일 지민의 번호가 저장된 화면을 봤다. 작업하다 한 번, 밥 먹다 또 한 번, 커피 마시다 또 한 번.


멘션과 디엠만 주고받다 어떻게 보내야 할지 내내 고민하다 보낸 메시지였다. 답장이 언제 올까? 신경 쓰고 싶지 않았지만 자꾸만 눈이 갔다. 이러다 작업을 못할 것 같아 휴대폰을 멀리 던져 놓았다. 힐끔, 또 힐끔. 결국 종종 걸어가 휴대폰을 꼭 품에 안은 채 돌아왔다.


수업 갔나? 아니면 알바? 아침 시간에 연락을 해 지민을 귀찮게 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됐다. 몇 시간만 참았다가 점심시간쯤에 보낼 걸 그랬다. 그래도 자꾸 연락하고 싶어서 손이 간질거려 어쩔 수 없었다. 연락을 기다리는 게 이렇게 설렐 일인가. 상대가 지민이니 그런 거겠지.


[네]


어? 이게 다인가. 혹시나 폰이 먹통인건가 싶어 툭툭 쳐 보기도 하고 껐다 켜 보기도 했다. 진짜 ‘네’ 하나만 보냈다고? 혹시나 더 이어지는 메시지가 있을까봐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5분이 지났지만 온 메시지는 없었다.


믿을 수 없었지만 믿어야 했다. 여기서 더 연락하면 또 싫어하겠지. 다시 대화를 이어가고 싶어 손이 자꾸만 간질거렸다. 썼다가 서둘러 지웠다. 왠지 연락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버릇처럼 손톱을 괴롭혔다. 손톱을 잘근잘근 씹던 윤기가 핸드폰 화면을 끄고 헤드폰을 꼽았다.


작업에 집중하는 사이 핸드폰이 반짝이며 켜졌지만 윤기는 몇 시간이 지날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 *


지민은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도망치듯 나온 것에 대해 후회했다. 하지만 방법이 그것뿐이었다. 내가 뭐라고 형이랑 사귀어. 지민은 집에 와서도 밤새 한숨으로 보냈다.


사실 윤기와 사귀는 상상을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조금, 아니 많이 부끄럽지만! 형이랑 만리장성도 쌓고 홍콩도 몇 번 다녀왔다. 그렇지만 이렇게 현실로 다가오니 믿기지가 않았다. 근데 형이랑 사귈 걸 그랬나봐.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지민이는 일어나자 폰을 켰다. 수많은 알림 속 보이는 윤기의 메시지에 배시시 웃었다. 헤, 형한테 연락 왔다. 어떻게 답장하지. 하고 싶은 말이 가득인데. 밤새 정리를 끝냈다. 지민은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하기로 했다. 오늘 강의도 없고 알바도 안 가서 기분이 더 좋았다.


아! 민윤기 캡짱 좋다!!!!!!!


좋아서 침대에서 괜히 이불을 팡팡 치다가 답장을 했다.


[네]


일단 하나 보내고.


[저는 오늘 공강이에요! 알바도 없고. 형은 뭐 해요?]


뒷말을 썼다. 딩동. 초인종 소리에 지민이 폰을 내려놓고 후다닥 뛰어갔다. 지민은 이때만 해도 몰랐다. 전송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는 걸, 그리고 같은 시각 윤기는 메시지를 읽었다.


“누구세요.”


택배 왔다는 말에 지민은 곧장 현관문을 열었다. 묵직한 박스 몇 개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지민은 문을 닫고 거실로 들어와 상자를 내려놓았다. 택배 상자를 보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이건 카메라고, 이건, 어 윤기 형 주려고 산 옷이다! 송장에 찍힌 물품을 보며 지민은 제일 먼저 카메라가 든 상자를 뜯었다.


가격대가 있어 평소에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살까말까 했던 카메라였다. 방학하면 아는 선배님이 스튜디오에서 일을 도와 달라고 해서 큰맘 먹고 질렀다. 카페에 스튜디오 일까지 하면 여유는 있으니까.


카메라를 옆으로 밀어놓고 상자를 또 뜯었다. 윤기 형 주려고 산 건데 지금 왔어. 지민은 울상이었다. 한국에는 안 들어오는 상품이라고 해서 무려 직구까지 했는데!!!!!!! 이렇게 늦게 올지 몰랐다. 해외 배송인데다 중간에 품절이 떠 입고가 늦어지는 바람에 지금에서야 받게 되었다. 오래 기다려서 좀 짜증이 났지만  막상 보니까 옷이 예뻐서 용서가 되었다. 실물로 보니까 윤기 형한테 진짜 잘 어울릴 것 같아! 히히.


근데 어떻게 주지? 친한 형․동생 하자고 했으니까, 친한 사이가 된 기념으로 줄 주면 되겠지. 형 바쁜가? 막 만나자고 해도 되나?


막상 연락하려니까 두근두근했다. 어, 맞아. 나 윤기 형한테 메시지 보냈었는데. 택배 온 게 신이 나서 잊고 있었다. 윤기에게 답장 왔을까봐 나머지 상자는 뜯지도 않고 방으로 뛰어갔다.


휴대폰을 확인하면 윤기에게서 온 답은 없었다. 힝, 왜 안 왔지? 형 바쁜가봐. 시무룩해졌다. 그래도 형한테 처음으로 메시지 받은 건데 한 번 더 볼까? 채팅방을 누르면 미처 전송되지 못한 메시지가 아래에 떴다. 지민은 달랑 ‘네’만 보내 버린 걸 지금 알았다.


헙! 놀라서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헛, 어떡해. 사라진 숫자 1을 보니 윤기에게서 답이 없었던 이유가 이거였나 싶었다. 나 같아도 답장 안 하고 싶겠다. 서둘러 전송 눌렀다.


[형. 제가 전송 안 눌렀나 봐요ㅠ8ㅠ]


메시지를 하나 더 보냈다. 언제 답이 올지 몰라 더 애가 탔다. 윤기의 답을 기다리는데 윤기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형 바쁜가봐. 지민은 속이 상했다. 자책하는데 어쩔 수 없었다, 그렇지만 자꾸 눈길이 갔다. 형도 내 연락 이렇게 기다렸을까. 셀피로 해 놓은 윤기의 프로필을 봤다. 평소에는 무음으로 해 놓지만 윤기에게 답이 오면 재빨리 답장하려고 벨소리로 바꿔놓았다.


오랜만에 쉬는 날이라 밀린 청소며 빨래도 했다. 열심히 움직인 지민이 소파에 벌러덩 누웠다.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은데 시계를 보면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윤기에게서는 아직 연락이 없었다. 지민은 꼭 자기 실수 때문인 것 같았다. 윤기에게 답장이 올 때까지 지민은 하루 종일 폰 볼 기세였다.


지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윤기를 못 보니 이렇게라도 봐야겠다 싶었다. 사진을 차곡차곡 저장해 놨던 외장하드를 꺼냈다. 컴퓨터를 켜 연결했다. 폴더를 누르면 업로드 했던 사진과 업로드 하지 않은 사진으로 나누어 날짜 별로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윤기가 언더에 있을 때, 데뷔 때부터 최근까지의 사진 보니까 옛 생각이 새록새록 났다. 데뷔 때는 진짜 맨날 보러 다녔는데. 형이 너무 좋았지, 그때는. 세상에서 윤기가 제일 멋있어 보였고. 윤기가 웃을 때는 심장이 좀 아픈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민이 찍은 사진에서도 윤기에 대한 지민의 애정이 가득 묻어났다.


못하게 되었지만 전시회를 하거나 굿즈로 만들려고 빼 놓았던 사진도 있고, 윤기를 위한 포토북에 넣었던 사진도 있었다. 아건 언제고 저건 언제고 지민은 모든 걸 기억했다. 이때 형 진짜 기분 좋아 보였는데. 이 날 형 아팠지. 다 기억난다. 이 날 윤기 형 웃는 거 예뻤는데!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사진 찾았다. 어, 이거! 바로 배경 화면으로 설정해 놓고 배시시 웃었다.


그러나 문득 겁이 났다. 팬과 가수 사이였는데 갑작스럽게 가까워져서 지민은 조금 무서워졌다. 미니의 시선 홈마로 저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없었지만 나중에 알려졌을 때 그걸 어떻게 감당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팬과 가수는 문제가 없다고 해도 그게 연인 사이가 될 때는 조금 달랐다. 그렇지만 형이 진짜 좋은데. 지민이 울다가 웃다가 반복했다.


윤기는 지민에게 그런 사람이었다. 웃게 하기도 하고 울게 하기도 하는. 우는 것도 너무 좋아서 우는 것이지만―윤기에게 멘션 받고 울던 사람 맞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벨소리가 울렸다. 지민이 누구한테 전화 왔는지 확인도 안 하고 해맑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오↗.”


윤기가 아닌 광고 전화에 지민이는 잔뜩 시무룩해졌다. 바쁘다며 전화 툭 끊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전화벨이 울렸다.


“아! 바쁘다고요!”
-어, 어. 나중에 다시.


들리는 건 잔뜩 당황한 윤기의 목소리였다. 지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의자가 넘어져 큰 소리가 났다. 의자를 세울 생각도 못했다.


“형한테 한 거 아니에요. 조금 전에 광고 전화 와서요. 또 광고 전화인 줄 알았어요.”
-아 그래? 나는 또….


작게 안도의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으니 안심이 됐다. 윤기도 없는데 괜히 표정 관리를 했다. 입꼬리 실룩 거리는데도. 윤기도 내심 지민의 연락을 기다린 것 같았다.


-밥 먹었어?


밥이요? 지민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진작 깨있었는데 윤기의 사진 보다 보니 어느새 점심점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지민이 놀라서 윤기에게 되물었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됐죠?”
-뭐 했어?
“형 사진도 좀 보고, 헙!”


급하게 입을 막았지만 윤기는 이미 다 들은 것 같았다. 윤기의 웃음 소리가 들려 지민이는 어찌할 줄 몰랐다. 혀엉, 웃지 마세여. 아잇, 짓챠! 하면서. 친한 사람에게만 나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밥 같이 먹을래?
“밥이요?”


음, 고민을 하다가도 윤기의 말에 지민은 바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데이트 하자, 지민아.


* *


윤기가 지민의 메시지를 본 건 점심 무렵이 되었을 때였다. 조금 전에는 집중도 안 되더니 막상 시작하고 나니 작업이 잘 되었다. 기지개 쭉 펴고 몇 시쯤 됐나 싶어 시계를 봤다. 작업량을 보면 꽤나 오랜 시간을 붙잡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도 아니었다. 짧은 시간동안 마음에 드는 비트를 많이 찍어서 만족스러웠다.


평소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도 작업했는데 오늘따라 배가 고팠다. 회사에 누가 있나 연락하려는데 지민에게서 온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답장 왔잖아! 언제 왔지. 지민에게서 꽤나 오래 전에 답이 와 있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다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찍었다. 겁나 아프네. 엉덩이 문지르면서 메시지를 확인했다.


[저는 오늘 공강이에요! 알바도 없고. 형은 뭐 해요?]
[형. 제가 전송 안 눌렀나 봐요ㅠ8ㅠ]


지민과 똑 닮은 이모티콘에 윤기는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아픈 것도 다 잊었다. 점심 안 먹었으면 같이 먹자고 메시지 보내려다가 전화를 걸었다. 지민의 답을 기다릴 여유가 없어서. 어제 봤는데도 보고 싶었다. 윤기는 저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나 싶었다. 하루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지민은 생각보다 금방 전화를 받았다. 통화 연결음이 들린 지도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아! 바쁘다고요!


어, 어. 나중에 다시. 윤기는 눈만 끔뻑 거렸어. 당황해서 말도 잔뜩 더듬었다.


-형한테 한 거 아니에요. 조금 전에 광고 전화 와서요. 또 광고 전화인 줄 알았어요.


“아 그래? 나는 또….”


얼마나 미안해하는지 지민의 목소리가 아주 작았다. 자기한테 한 말이 아니라서 안심이 되었다. 다행이다 싶어서 휴우. 숨을 내쉬면 그걸 또 들었는지 지민이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윤기는 민망해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밥 먹었어?”


밥이요? 근데 목소리가 좀 이상했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됐죠? 하고서 되묻는데 윤기는 지민이 너무 귀여워서 힘들게 웃음을 참았다. 뭐 했기에 시간 가는 줄도 몰랐을까. 들려오는 대답에 기분이 좋아서 윤기는 웃어버렸다. 내 사진, 그러니까 자신의 얼굴 봤다는데 어떻게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있을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지민이 그랬는데.


그리고 처음 듣는 지민이의 목소리였다.


-혀엉, 웃지마세여. 아잇, 짓챠!


말꼬리가 길게 이어지고 동글동글한 말투였다, 윤기는 지민의 이런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는 것에 감격했다. 말이 이상하지만 정말로 그랬다. 그래서 그런지 없던 용기도 생겼다.


“밥 같이 먹을래?”
-밥이요?


지민이 고민하는 것 같아서 윤기는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데이트 하자고. 그럼 지민이는 ‘네, 형’ 하고 전화를 뚝 끊었다. 다시 걸어야 하나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 곧이어 지민이 보낸 메시지로 화면이 반짝거렸다.


[형, 저 너무 부끄러워서요ㅠㅠㅠㅠ]
[저희 어디서 만나요?]



10


   

학교나 알바에 지각했을 때보다 더 빨리 준비했다. 윤기가 알려준 시간까지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늦어버렸다. 머리를 말리지도 못하고 젖은 머리 상태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속 거울을 보면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뻗쳐 있었다. 손으로 꾹꾹 눌러보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었다. 예쁘게 보이고 싶어 어떤 옷을 입고 가지 고민하다가 시간을 다 보냈다.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윤기에게 줄 선물은 챙기지도 못했다.


1층에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마자 지민이 가방을  품에 앉고 뛰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가 지민이 알바하는 카페였다. 뛰면 5분 정도가 걸리는 거리에 카페가 있었다. 카페가 보일 때쯤 지민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윤기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 어디에요?”
-지민이 마음 속.


헛. 지민은 또 한 번 심장이 쿵쿵 거리는 걸 느껴야 했다. 너무 놀라서라기보다는 너무 좋아서. 말을 못했더니 윤기도 말이 없었다. 내가 싫은 줄 알았나봐. 오히려 윤기가 더 당황했다. 지민이 그제야 웃음을 터트렸다. 길에 멈춰서 넘어질 듯이 웃으면 윤기는 지민의 걱정부터 했다.


“넘어진다.”


어, 형 근처인가? 근처에 있는 것 같아서 휙휙 돌아봤다. 창문이 내려가는 차를 발견했다. 윤기가 문에 팔을 걸치고 손을 흔들었다. 헛, 형 운전해서 왔나봐. 지민이 탈 생각도 안하고 멀뚱멀뚱 보고만 있었다.


“어, 형 차….”
“형한테 빌려 왔어. 얼른 타.”


그제야 지민이 보닛을 돌아 윤기의 옆에 탔다. 안전벨트 꼭꼭 하고 윤기 빤히 봤다. 운전하는 사람이 멋있어서. 아직 지민은 면허가 없었다. 윤기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지민이의 시선도 따라 움직였다. 기어를 바꾸는 윤기의 손에 돋아난 핏줄 보고 지민은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넘기기도 했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 아니요.”


멋있다고 하려고 했는데 좀 튕겨 봤다. 윤기는 알아도 모른 척했다. 너무 빤히 보는 것 같아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노래를 흥얼흥얼거렸다.


윤기는 지민의 목소리에 새삼 놀랐다. 원래도 지민의 목소리를 좋아했지만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도 자신의 취향이었다. 이 노래가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운전하랴 지민이 노래 들으랴 윤기는 나름대로 바빴다.


노래가 끝나고 다음 곡이 나왔다. 동기들과 노래방에 가면 꼭 부르는 노래라 지민은 신이 나서 따라 불렀다. A-yo! Make Some Noise! 추임새도 넣었다. 붕붕 뛰면서 랩을 하다가 옆에 윤기가 있는 걸 알아채자마자 목소리가 뚝 끊겼다. 언제 도착했는지 주차장이었다. 옆을 보면 윤기가 몸을 틀어 지민을 보고 있었다.


“어, 언제 도착했어요?”


지민의 얼굴이 빨개졌다, 윤기는 그런 지민이 귀여워 자꾸만 웃음이 났다.


“지민아.”
“네?”


윤기가 무슨 말을 할지 조금 걱정 됐다.


“너 너무 귀여운데, 한 번만 안아 보면 안 되냐?”


대답은 차마 못하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윤기가 벨트를 풀고 지민이에게 다가갔다. 가까운 거리에 숨결이 하나하나가 느껴졌다. 지민이 눈을 꼭 감았다. 코끝에 스치는 윤기의 향수 냄새에 지민은 또 설레고 말았다. 너른 가슴에 안기면 누구의 것인지 모를 심장 소리가 쿵쿵 들리는 것 같았다. 자세가 불편할 텐데도 두 사람은 오랫동안 서로를 껴안은 채였다.


윤기가 예약한 식당에 왔다. 초밥이 유명하기도 했고, 지인들 몇몇을 데리고 왔을 때 다들 맛있다고 한 곳이었다. 방으로 들어가서 마주 보고 앉았다. 윤기의 작업실에서 밥을 먹긴 했지만 식당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메뉴판을 정독하는 지민을 기다려 주었다. 지민은 한참을 보다가 돈가스 하나를 골랐다.


“그걸로 돼?”
“어…, 저 해산물을 잘 못 먹어서요.”


컵을 잡은 손이 삐끗했다. 해산물을 못 먹는다고?


“미안해. 내가 뭐 좋아하는지도 안 물어봤네. 다른 데 갈까?”


실수를 이렇게 하냐. 어떻게 그런 거 하나 안 물어봤을까. 용기를 내서 데이트 신청해 놓고. 윤기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민은 밥을 먹는 것도 좋지만 윤기랑 함께 있는 것이 더 좋았으니 괜찮았다. 지민이 손을 뻗어서 윤기의 손을 감싸 잡았어.


“저 돈가스 진짜 좋아해요.”
“어?”
“저는 괜찮다고요.”
“어.”
“첫 데이튼데 다 좋죠. 형도 좋고 돈가스도 좋고.”


배시시 웃었다. 윤기는 그만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고 말았다. 진짜 저렇게 귀여워도 되나.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며 윤기는 지민에 대해서 많이 알고 싶다는 듯 질문을 많이 했다. 솔직히 말해 윤기에 대해서 지민은 꽤나 많이 알고 있었다. 그게 좀 억울하기도 했고. 대화를 하는 게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지민은 윤기가 한마디 할 때마다 까르르 계속 웃었다.


밥도 먹고 얘기도 하다 보니 서로가 많이 편해진 듯했다. 진짜 친한 형․동생 사이가 된 것 같았다. 물론 또 다른 마음을 품고 있지만.


지민은 진짜 맛있게 먹었다. 윤기랑 함께여서 더 그랬다. 히히! 지민이 잘 먹어서 다음에는 제가 돈가스를 구워줘야겠다 싶었다. 숙소 가면 석진이 형한테 가르쳐 달라고 해야겠네.


“형 먼저 차에 가 있어요!”


윤기가 계산할 때 지민은 식당을 나와서 들어가기 전에 본 카페로 들어갔다. 윤기에게 줄 아메리카노와 자기가 마실 바닐라 라떼를 샀다. 조르르 달려 왔지만 문을 열 수가 없었다. 손이 차가워 발을 동동 굴렀다. 윤기가 가만히 보고 있다가 창문을 내렸다. 왜 안…. 두 손에 든 잔을 보고 손을 뻗어 지민에게서 컵을 받았다. 양손이 가벼워지자 지민이 문을 열고 차에 탔다.


“캐리어에 넣어오지 그랬어.”
“헤. 형 빨리 보고 싶어서요~”


둘이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지만 윤기는 피식 웃고 말았다. 시럽도 안 들어간 커피일 텐데 오늘따라 무척이나 달게 느껴졌다. 
밥도 먹었고 커피도 마셨는데 이대로 헤어지기가 싫었다.


“바빠?”
“저요? 아니요!”
“스케줄 없을 때 가끔 가는 곳이 있는데. 사람도 없고 둘이 조금 걸어도 좋을 것 같아서. 괜찮으면 갈래?”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형이랑 하면 다 좋죠! 빨대로 커피를 쭉 빨아 당겼다.


형, 저 노래 들어도 돼요? 윤기의 허락이 들리면 지민은 블루투스를 연결해서 노래를 틀었다. 윤기의 믹스테이프. 다른 곡 듣자는 윤기의 말에도 지민은 싫다고 도리머리했다. 어쩔 수 없이 듣지만 욕이 나올 때면 조금 민망하기도 했다.


“다 좋은데 저는 이 노래 제일 좋아해요! so far away~”


지민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윤기는 다음에 작업실로 지민을 불러서 녹음하고 싶어졌다.


“나중에 작업실에 또 놀러 와.”
“진짜요?”


지민이 고개 끄덕였다. 한 번 가 봤는데 두 번은 못 갈까 싶었다.


차를 세워 놓고 둘이 내렸다. 윤기의 말대로 사람이 없어 조용했다. 손에 테이크아웃 잔을 들고 나란히 걸었다. 분명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은데 말이 끊이지 않았다. 으엇! 지민이 신발 끈을 밟고 비틀거렸다. 다행히 윤기가 잡아줘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커피를 다 쏟았다. 축축하게 젖어가는 옷에 지민의 입이 툭 튀어나왔다. 윤기가 손수건을 꺼내 커피로 젖은 손을 닦았다. 입고 있던 셔츠 벗어 지민에게 건넸다.


“컵은 형 주고, 저기 화장실 있으니까 얼른 갈아입고 와.”


지민이 화장실 간 사이 윤기가 잔해들을 다 치웠다. 쓰레기통에 컵을 버리고 더러워진 손을 툭툭 털어냈다. 더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돌아가기로 했다. 차에 타지 못하고 지민이 머뭇거렸다. 옷이 젖어서 차에 탈 수가 없었다. 윤기는 괜찮다고 세차하면 된다며 지민을 차에 태웠다.


“어디에 세워 줄까?”


어, 지민이 집 주소 말했다. 카페에서 내리면 집까지 조금은 걸어야 하니까. 지민이 이사한 집은 전에 살던 집과 꽤 가깝지. 카페를 사이에 두고 반대 방향에 있었다. 집 앞에 차를 세웠다.


“조심히 들어가.”
“형이랑 더 있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내일도 모레도 만나면 되지.”
“네! 좋아요. 형도 조심히 가요. 옷은 빨아서 돌려 드릴게요.”


갈게. 지민이 손을 흔들었다.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11




[갑자기 회의가 잡혀서]
[못 만날 것 같은데 어떡하지?]
[미안해]

지민의 입술이 툭 튀어나왔다. 신발에 발을 끼워 넣기 무섭게 도착한 메시지였다. 그래도 약속 장소에 안 나가서 다행인가. 지민이 신발을 신발장에 넣고 터덜터덜 안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형 보는 거였는데. 헤어스타일 바꿨다고 직접 만나서 자랑하려고 했는데 다 소용이 없었다. 윤기처럼 밝게 탈색도 하고 싶었지만 아직 그건 자신이 없어 밝은 갈색으로 염색했다. 머리카락을 쓸어넘겼지만 짧게 잘라 잡히는 게 많이 없었다.


앨범 준비를 한다더니 전보다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 제가 보낸 메시지를 바로 보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답장을 해 주려고 하는 윤기 덕분에 서운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 이런 연락은 좀, 진짜 조금 서운하긴 했지만. 그래도 밥은 잘 챙겨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가 더 걱정이었다.


지민이 애써 아쉬운 티를 지웠다.


[회의 잘해요]
[커피 많이 마시지 말고]
[밥 잘 챙겨 먹고]
[파이팅해요!]


회의를 하러 갔는지 윤기에게서는 답장이 없었다. 윤기에게 빌린 셔츠와 선물이 든 가방을 내려놓았다. 지민이 소파에 벌러덩 누웠다. 휴, 한숨이 절로 나왔다. 미뉴우우운기 보고 싶다고!!!!!!!!! 아쉬움에 발버둥을 쳤다. 예쁘게 차려 입은 옷이 잔뜩 구겨졌다.


힝. 오늘 뭐 하냐. 형 만난다고 알바도 뺐는데. 영화나 보러 갈까? 영화 예매 사이트를 뒤적거리던 지민이 그마저도 관뒀다. 시간이 맞는 영화는 윤기와 같이 보러 가려고 했던 것뿐이었다.
아아아, 심심하다.


윤기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뒤적거렸다. 짧은 시간 동안 꽤나 많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간혹 보이는 윤기가 보내준 사진에 지민이 배시시 웃었다. 사진은 사진첩 깊숙한 곳에 저장이 되어 있었다. 혹시나 실수로 유출이 될까봐.



[형 지금 회의 끝났어]
[괜찮으면 작업실로 올래?]


헛, 지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윤기에게 답장을 받은 것도 좋았는데 작업실로 놀러오라니. 오늘 못 볼 줄 알았는데. 윤기를 만나러 갈 생각에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잔뜩 구겨진 옷을 쭉쭉 폈다.


[저 갈래요!]
[지금도 당장 갈 수 있어요]
[형 보고 싶어요]


가는 길에 뭐라도 사 갈까, 형 밥은 먹었나?


[어딘지 알지?]
[와서 전화해]
[혹시나 뭐 사서 올 생각은 말고]


헛, 사 가려는 거 어떻게 알았지. 형이랑 나랑 이제 텔레파시도 통해. 히히. 지민이 소파에 두었던 짐들을 챙겨 현관으로 갔다. 신발장에 넣었던 신발을 다시 꺼내 신었다.


저 멀리에 건물이 보였다. 밤에는 와 봤지 낮에는 처음이었다. 윤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저 거의 다 왔어요! 목소리가 평소보다 높아졌다. 윤기도 기분이 좋아지는 목소리였다.


-밑에 말해 놨으니까 들어오면 돼. 형도 내려갈게.
“네네!”


들어가기 전만 해도 조금 긴장이 됐는데 너무 쉽게 들어와 버렸다. 저번에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렇게 생겼구나. 근데 어디로 가야 하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딩동 하는 소리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윤기가 보였다. 윤기에게 조르르 달려갔다.


“혀엉.”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더 좋았다. 엘리베이터에 나란히 올라탔다. 윤기가 지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지냈어?”
“아니요.”
“왜? 무슨 일 있었어?”
“형 보고 싶어서 잘 못 지냈어요.”


윤기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나도, 네 생각나서 잘 못 지냈어. 지민이 손으로 제 얼굴을 감쌌다. 발갛게 달아오른 볼이 뜨거웠다.


윤기의 작업실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방음이 잘 되는 곳이니 들릴 일은 없으니 괜한 걱정이긴 했다. 윤기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윤기의 향으로 가득했다.


형 향수 바꿨나?


두 번째 방문인데 뭔가 낯설었다. 묘하게 달라진 것 같기도 했다.


“형 이거 새로 샀어요?”
“어?”
“저번에는 이거 아니었던 거 같은데.”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모르던데. 쓰던 스피커가 고장 나서 새로 사긴 했다. 모델이 다르긴 했지만 디자인이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한눈에 알아본 지민이 신기했다. 형에 대해서 많이 아네, 지민이. 제게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줘서 고마웠다.


“머리 염색했어?”


지민이 고개 끄덕였다. 이상해요? 긴장돼 침을 꼴깍 삼켰다. 윤기가 고개를 흔들었다.


“예쁘네.”


형은 부끄럽게, 진짜.


지민은 소파에 윤기는 의자를 끌어와 마주 앉았다. 지민이 챙겨온 종이 가방을 내밀었다.


“아무 것도 사오지 말라니까. 배달 시켰는데.”
“이거 형이 빌려주신 셔츠요.”


흠흠, 괜히 설레발을 친 것 같아 부끄러웠다. 셔츠 하나라 가벼울 텐데 꽤나 무게가 느껴졌다. 쇼핑백 안을 들여다 보면 제가 빌려준 옷과 포장지에 곱게 싸인 또 다른 것이 보였다. 뭐야? 지민을 보면 지민은 괜히 딴청을 피웠다. 성격대로라면 포장지를 팍팍 뜯었을 텐데 지민이 준 거라 조금이라도 찢어질까 살살 뜯었다. 포장지도 따로 보관해야겠다.


“옷?”
“이거 전에 주려고 산 건데 배송이 이제 왔어요.”
“나 받아도 돼?”
“형이 거절하면 저 좀, 아니 많이 슬플 것 같아요. 그러니까 꼭 받아주세요. 네? 친한 동생이 사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구구절절 말했다. 지민이 준 거라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제 생각을 하면서 샀을 마음도 있고. 고마워, 잘 입을게. 지민의 표정이 밝아졌다. 옷을 여기저기 살폈다.


“오늘은 박음질 안 했어?”
“장난치지 마요. 그럴 거면 돌려줘요!”
“줬다가 뺏는 게 어디 있어.”


툴툴 거리는 지민이 귀여워 피식 웃음이 났다. 입고 있는 티셔츠에 걸쳐 입으면 사이즈에 딱 맞고 너무 잘 어울렸다.


“딱 맞네.”
“당연하죠. 제가 형 옷 사는 게 몇 번짼데.”
“나만 받는 건 좀 그런데.”


괜찮다고 하려고 했는데 윤기가 더 먼저였다. 작업실 책상 서랍을 열었다. 두 개의 상자 중 조금 더 작은 상자를 꺼내 내밀었다. 진짜요? 저 주시는 거예요? 상자를 열면 피어싱이 있었다. 너랑 잘 어울릴 거 같아서. 지민에게 선물하는 건 처음이라 긴장이 됐다. 형 고마워요. 진짜 예뻐요. 좋아하는 지민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좋았다. 사실 반지를 선물해 주고 싶었는데 이건 나중에 사귀고 나서 주려고 꾹 참았다. 지민은 꿈에도 모르겠지만 윤기는 들킬까 서랍을 꾹 닫았다.


“나 작업하는 거 들어볼래?”
“헐, 아니요!”


마우스를 움직여 파일을 찾던 윤기가 손을 멈췄다. 안 듣는다고? 당황해서 뒤를 돌아 지민을 보면 지민은 더 당황한 표정으로 윤기를 보고 있었다. 나중에 앨범 나오면 들을게요. 사실 진짜 듣고 싶었는데 꾹 참았다.


“이건 나 혼자 작업하는 거라 괜찮아. 이리 와봐.”


지민을 컴퓨터 가까이 불렀다. 조르르 달려온 지민을 제가 앉아 있던 의자에 앉혔다. 1분 남짓한 노래였다. 노래를 다 들은 지민이 엄지를 내밀었다. 진짜 좋아요. 이거 한 번 더 들려주시면 안 돼요? 윤기가 다시 노래를 틀었다.


지민은 알까, 네 생각하면 만들었다는 걸.


노래를 듣고 있으면 배달을 시킨 음식이 도착했다. 저번처럼 실수하지 않고 지민이가 좋아하는 것들로 잔뜩 시켰다. 한가득 들고 오는 윤기에 지민의 눈이 커졌다. 형 이거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배가 통통하게 나올 만큼 밥을 먹었다. 하품이 절로 나왔다. 윤기가 잠깐 커피를 가지러 간 사이 지민이 눈을 살짝 감았다. 윤기를 만날 생각에 잠을 못 잤더니 피곤했다.


지민…. 웃음이 새어나왔다. 커피를 책상에 올려놓았다. 당장은 못 마실 것 같네. 꾸벅꾸벅 조는 지민을 소파에 눕혔다. 에어컨 바람 방향을 바꾸고 담요를 덮어줬다. 지민이 잠깐 잠든 틈에 윤기는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혹시나 지민이 깰까 헤드폰도 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잘 자던 지민이 초인종 소리에 깼다. 헛, 나 언제 잠들었지?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윤기가 덮어줬는지 담요가 사르르 떨어졌다. 에어컨 바람이 좀 추웠는데 담요를 덮어줘서 그런지 푹 잔 듯했다. 윤기와 눈이 마주쳤다. 잠든 게 민망해서 배시시 웃었다. 잘 잤어? 입 모양에 고개를 끄덕였다.


윤기가 작업실 문을 열었다. 남준과 호석이 서 있었다. 지민이 일어나야 하나 엉덩이를 들썩였다.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넸다.


“어, 손님 와 있었어요?”
“저희 나중에 올까요.”
“오늘까지 내야 하잖아. 나 이따가 나갈 거라서.”


그 말에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조금만 기다려. 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폰을 만지다가 작업을 하는 세 사람을 힐끔 봤다. 쿵쿵 틀리는 노래가 왠지 들으면 안 될 것 같아 귀를 막았다. 아아아아아, 안 들린다!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나가려던 남준과 호석이 멈칫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익숙한 얼굴이었지만 팬 사인회에서 딱 한 번 본 거라 기억을 못하는 게 당연했다. 팬이 윤기의 작업실에 올 거라는 생각도 못했고. 인사하고 가면 지민의 입술이 툭 튀어나왔다.


“왜.”
“아니, 같이 다닌 시간이 있는데 기억을 못 하잖아요….”


얼굴을 안 보여준 건 본인이면서.


“내가 기억하는 걸로는 만족 못 해?”


윤기는 서운함에 지민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나 부탁 하나만 해도 돼?”


지민은 부탁이 무엇인지 듣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였다. 넌 내가 돈이라도 빌려달라고 그러면 어떻게 하려고 고개를 끄덕여. 너무 성급했나 싶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지민의 머리를 잔뜩 헝클어 놓았다.


“녹음해 볼래?”
“제가요?”


윤기의 부탁에 지민이 마이크 앞에 섰다. 너무 부담 안 가져도 돼. 못하겠으면 안 해도 되고. 처음 해 보는 거라 낯설 뿐 싫지는 않았다. 윤기가 걱정하는 게 보여 지민은 아아아, 마이크 테스트 하며 장난을 쳤다. 노래 틀어 줄게. 처음에는 어색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긴장이 풀리는지 여유가 생겼다. 형 저 다시 한 번만 해 보면 안 될까요? 할 만큼.


평소 같았으면 조금 더, 이런 말이 나왔을 텐데. 지금 그대로가 좋았다. 지민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지민이 가진 미성이 아무리 생각해도 제 취향이었다.


녹음된 목소리가 어색했지만 신기했다. 우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지민을 옆에 앉혀 놓고 마무리 작업을 했다. 한 눈에 봐도 어려운 프로그램을 만지는 윤기가 너무 신기했다.


“와~ 형 진짜 멋있는 거 같아요.”


어깨가 으쓱해졌다. 참아보려고 했지만 입술이 자꾸만 씰룩거렸다.


SUGA – so fay way(Feat.지민)


제 이름이 맞는 걸까? 녹음 파일을 받았지만 믿기지 않았다. 형이랑 듀엣이라니!


“형 저 매일매일 들을 거예요.”
“나도 매일매일 들을게.”


지민에게는 무리한 부탁일 수 있을 텐데 들어줘서 고마웠다.


“형 회의 잘 끝났어요?”
“아, 중간에 끊겼어. 방 피디님 급한 일 생겨서.”


그렇구나. 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뭐하지? 아까 들어보니까 형 약속 있는 것 같은데 가야겠지.


“오늘 바빠?”
“아니요.”
“그럼 영화 보러 가자. 우리 같이 보러 가자고 했던 영화 개봉했던데.”


헛 진짜요? 지민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형 바빠서 혼자 보는 줄 알았는데.


“너랑 가려고 예매해 놨어.”


영화 시간을 바꾸긴 했지만. 


택시를 타고 간 영화관은 생각보다 사람이 없어서 좋았다. 뻔하긴 했지만 팝콘을 먹다가 손도 잡고 그랬다. 러닝 타임이 꽤나 긴 영화였는데도 그 시간이 너무 빠르게 느껴졌다.


몇 시간을 함께 있었지만 헤어짐은 늘 아쉬웠다. 좋지 않은 지민의 표정을 보니 자꾸만 신경 쓰였다.


“왜?”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서요….”
“나도 그래. 앨범 나오긴 전에 휴가 있으니까 그때 실컷 놀자.”
“네네! 완전 좋아요!!”


형이랑 또 데이트한다. 그때는 오랫동안 볼 수 있을 것 같아 아쉬움이 눈 녹듯 사라졌다.


“형 갈게. 얼른 들어가.”
“네. 형도 조심히 가요!”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발이 잘 떨어지지 않았지만 제가 안 들어가면 형도 안 갈 테니까. 몇 층인지 몰라 고개를 번쩍 들고 있으면 한 곳에서 불이 켜졌다. 그제야 윤기가 작업실로 향했다. 창문에 딱 붙은 지민이 작업실로 가는 윤기의 뒷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까지 쳐다봤다.


[형 지금 작업실 도착했어]
[오늘 고마워]
[잘 자]


씻고 나온 지민이 윤기의 문자에 웃고 말았다. 지민이 손을 꾹꾹 눌러 답장을 했다.


[작업 조금만 하고]
[많이 자요]
[내 생각은 많이 하기♥]





12




오락실이요? 지민이 얼른 가자며 윤기를 재촉했다. 뛰방에서 촬영한 거 보고 한 번 가 보고 싶었는데 윤기와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음악 소리와 오락기 소리가 뒤섞여 시끄러웠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저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모자를 꾹 눌러썼다.


“형! 저희 내기해요! 소원 들어주기.”
“그런 말 하는 사람이 꼭 지던데.”
“제가 이길 거예요!”


지민이 지갑에서 만원 짜리 지폐를 꺼냈다. 윤기가 붙잡기 전에 동전으로 가득 바꿨다. 오늘 이거 다 쓰기 전까지는 못 가는 거예요! 야심차게 말하는 지민에 웃음이 났다. 나야 오래 같이 있으면 좋지. 똑같이 동전을 나누어 가졌다.


제일 먼저 보이는 펌프로 갔다. ‘가위 바위 보’로 순서를 정했다. 가위와 주먹, 지민이 먼저 펌프 위로 올라가 동전을 넣었다.


“지민아.”
“네?”
“펌프는 엘리제야. 엘리제.”


지민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이 형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곡은 내가 정하겠다.”


발을 착착 움직여서 곡을 골랐다. 윤기가 말한 엘리제를 건너뛰었다. 미리 듣기로 나오는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탔다. 저는 이걸로 할게요. 스스로 생각해도 곡을 잘 고른 거 같았다. 뿌듯!


“bmp이 160이에요. 빠릅니다, bpm.”


윤기야 음악을 하니까 잘 알고 지민은 bpm이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신나면 됐지. 곡을 고르고 난이도를 선택했다. 가운데 발판을 누르면 노래가 시작되었다. 지민이 포즈를 취하면서 노래에 심취했다. 노래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았다. 팔을 크게 벌렸다. 빰! 아래에서 올라오는 화살표가 꽤 많았다. 발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것도 잠시 하나씩 올라 왔다.


“너무 쉬운 거 아니야.”
“박자가 뭔지 모르겠어요.”


뒤에 있는 바를 잡고 열심히 움직였다.


“지민이가 너무 못하는데.”


형은 얼마나 잘한다고. 지민이 흥흥 거렸다. 곧 노래가 끝이 날 것 같았다. 자신만만하게 올라갔지만 망한 거 같았다. 이러다 지면 어떡하지. 딱히 무슨 소원을 빌어야지 한 건 아니었지만 꼭 이기고 싶었다.


“망했어요, 이거.”


그래도 마무리까지 열심히 했다. 점수를 확인했다. ‘F’가 뜨긴 했지만 216,000점이 나왔다. 이 정도면 높은 거 아닌가. 처음해 보는 거라서 높은 점수인지 아닌지도 잘 몰랐다. 서로 위치를 바꾸었다. 그때 촬영을 하면서 해봤다곧 지민보다 능숙하게 노래를 골랐다.


재밌네. 자연스럽게 입동굴 만들면서 웃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지민이 화면 쪽으로 조르르 걸었다. 화면에 딱 붙어 영상을 찍었다. 엄청 열심히 하는데 하나도 맞지 앉았다. 지민이 큭큭 웃었다. 잘하는 것 같다가도 너무 빨라서 정신이 다 흐트러졌다. 지민과 같은 ‘F’였지만 점수는 121.400점으로 십만 점 정도 차이가 났다. 점수를 본 윤기가 웃기만 했다. 촬영 때도 F를 받은 것 같은데 어떻게 늘지도 않냐.


“이게 콤보가 진짜 중요해요. 콤보를 많이 하냐 못하냐에 따라서.”


물론 윤기를 위로하는 지민도 윤기와 같은 ‘F’였다. 한 번 더 할까요?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지민도 윤기의 끄덕임이 마음에 들었다. 생각보다 숨이 찼다. 구석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다 농구를 하러 갔다.


“형, 이거 꼭 뛰방 같아요.”


그때 형 진짜 웃겼는데. 잔뜩 신이 났다. 먼저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뒤에서 기다렸다. 형 이렇게 하는 거 맞아요? 자세 연습을 하다가 주머니에 손을 넣어 흔들었다. 동전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막상 하려니 걱정이 되었다. 윤기가 농구랑 전혀 상관없다고 했지만 슈팅 가드를 어떻게 이겨.


둘이 나란히 섰다. 동전을 넣으면 붉은 조명이 들어왔다. 지민을 이길 생각인지 윤기는 생각보다 진지했다. 그래서일까 스피드가 나오지 않았다. 150점을 넘기지 못한 146점, 2쿼터에서 윤기의 경기는 끝이 났다. 지민도 입모양 마구 바꾸면서 열심히 했다. 처음에는 윤기에게 밀리나 했더니 감을 잡았는지 착착 넣었다. 왜 안 들어가지, 가끔 흔들리긴 했지만. 지민만 3쿼터로 넘어갔다. 윤기가 뒤로 한 발 물러섰다. 지민이 잘한다. 이제는 별로 이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237점. 이번에도 지민이 이겼다.


“형 왜 이렇게 못해요.”
“내가 그랬잖아. 농구랑 상관없다고.”
“그럼 다음 게임은 형이 정해요.”
“자동차 게임할까?”
“저 무면허인데.”


뭐가 그렇게도 좋은지 키득키득 웃었다. 동전을 넣고 차를 골랐다.


“어, 야 나, 야 나 내가, 내가 하고 싶었던 차가 아닌데. 내가 하고 싶었던 차가 아니라니까.”


윤기의 화면에 뜬 자동차를 보고 지민이 빵 터졌다. 형은 골라도 저런 걸 골랐대. 지민이 여유롭게 차를 골랐다. 게임이 시작되었다, 지민이 고른 차를 보면 누가 봐도 좋아 보이는 스포츠카였다.


이렇게 하는 거 맞나? 처음이라 버벅거렸다. 그 틈에 윤기가 액셀을 밟았다. 분명히 풀 액셀인데 차가 따라 가지를 못했다. 지민이 인코스로 역전을 했다. 앞서나가는 지민의 급하게 뒤쫓았지만 윤기가 또 졌다. 이렇게 운이 없어도 되나 싶었다. 연달아 3번이나 졌다.


졌지만 지민과 함께여서 좋았다. 둘이 같이 있을 수 있는 걸로도 행복했다. 저도 게임을 잘하는 편이 아닌데, 형은 얼마나 못하는 거냐고 지민은 윤기의 속도 모르고 신이 나게 놀렸다.


“제가 이긴 거죠?”
“응. 소원 있어?”
“음… 생각해 보고 다음에 말할래요.”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소원을 빌지 궁금하긴 했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근데 형 진짜 게임 못 하네요.”
“형이 널 어떻게 이겨.”


그 말을 한 윤기나, 들은 지민도 귀가 모두 빨갰다.


오락실 제일 안쪽에 있는 코인 노래방에 들어갔다. 천원이면 4곡이나 부를 수 있대요! 노래방 기계 앞에 붙은 종이를 콕콕 가리켰다. 나 옛날에 학교 다닐 때랑 별반 차이가 없네. 지민이 책자를 뒤적였다. 윤기가 손을 뻗어 리모컨을 잡았다. 번호를 외웠는지 꾹꾹 누르는 손길이 익숙했다.


형은 무슨 노래 부를까. 안 보는 척 보고 있으면 익숙한 반주가 들렸다. 고개를 번쩍 들었다. 내 사랑 내 곁에. 내심 랩을 해 주지 않을까 했는데. 윤기는 지민의 예상을 뛰어 넘는 사람이었다.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이~~~~~~”


지민이 노래 찾다 말고 휴대폰을 꺼내 열심히 영상을 찍었다. 윤기의 모습을 다각도로 찍는 박지민은 사진 전공, 전 ‘미니의 시선’ 홈마였다. 우울할 때마다 이거 봐야지.


윤기의 노래가 거의 끝날 때쯤 지민이 곡을 골랐다. Serendipity. 노래를 하다가 윤기를 슬쩍 봤다. 두 눈이 마주치면 가사가 나오는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무 심장이 뛰어 가사를 실수할 뻔했다. 빤히 보는 윤기의 시선이 느껴졌다. 지민이 다시 윤기를 봤다. 그러다가 쭉 윤기만 보며 노래를 불렀다.


윤기는 좀, 아니 많이 설렜다. 차에도 작업실에서도 느꼈지만 노래를 하는 지민의 목소리는 사람의 심장을 들었다 놓았다.


“형도 불러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지민의 노래를 더 듣고 싶어서. 아직 2곡이나 더 부를 수 있었다. 지민이 다시 책자를 뒤적였다. 예전에 윤기가 땡벌을 부르던 것이 생각나서 번호를 눌렀다. 반주가 시작되면 윤기는 입을 벌리고 웃었다. 분명히 지민의 노래를 더 듣고 싶다고 했는데. 어느새 윤기가 더 신이 나 있었다. 지민이 노래 부르다 말고 까르르 웃었다. 두 사람은 목이 아파 올 때 쯤에 부스를 나왔다.


“형 저희 인형 뽑기 해요.”


저번에 만오천 원짜리 인형 십만 원 주고 뽑았는데. 2개. 지민이 웅얼거렸다. 아직 남은 동전을 꺼내 세었다. 오늘은 욕심 안 부리고 이것만 해야지. 윤기가 지민의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형 잘해.”


분명 그렇게 말했던 것 같은데. 조금만 더 오면 뽑을 수 있었는데 입구에 왔을 때 집게 힘이 약해졌는지 놓쳐버렸다. 여기 놓는 위치냐. 기계의 셋팅이 잘못 됐다며 툴툴 거렸다. 조금 떨어진 기계에 돈을 넣었다. 저거 뽑아야지. 지민이 조이스틱을 열심히 움직였다. 실눈을 뜨고 거기를 가늠했다. 헐! 집게가 인형을 잡았다. 살살 올라오는 기계를 따라 지민도 함께 움직였다. 제발, 제발! 꺄하아! 지민이 소리를 질렀다. 한 번에 인형을 뽑았다. 쪼그려 앉아 인형을 꺼냈다. 형형, 저 뽑았어요. 지민이 조르르 뛰어왔다.


“형 닮아서 좋아요.”


보라색 젤리 같은 인형을 윤기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저보다 먼저 뽑은 지민을 보니 오늘은 안 풀려도 너무 안 풀린다 싶었다.


“지민아, 너 못한다고 하지 않았어?”


오늘 윤기는 지민을 이긴 적이 없었다. 그래도 지민이 닮은 인형 하나 뽑고 싶었는데. 아쉬움에 기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지민아.”
“네?”
“형은 저거 가지고 싶은데.”


주머니에 든 동전을 내밀었다. 지민이 동전을 받고 인형을 건넸다. 잘 가지고 있어요. 윤기가 인형을 품에 꼭 안았다. 지민이 500원짜리 동전2개를 빼고 기계에 올려놓았다. 동전을 넣으면 기계가 움직였다. 저거요?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더 가야할 것 같은데. 지민이 버튼을 꾹 눌렀다. 침을 꿀꺽 삼켰다. 어, 어! 인형이 허공에 떴다. 언제 놓칠지 몰라 손바닥에 땀이 새나왔다.


입구를 스친 인형이 안으로 쑥 들어갔다. 뽑았어! 인형 하나에 그렇게 좋은지 서로를 끌어안고 빙글빙글 돌았다. 사람들의 시선에 금방 떨어졌다.


“여기요.”
“고마워.”


지민이 인형을 꺼내 윤기에게 내밀었다. 지민과 똑 닮은 병아리 인형이었다. 작업실에 둘까 하다가 베개 옆에 두기로 했다. 하루 종일 졌으면 어때. 내가 좋았으면 됐지.


“뭐 먹을까?”
“고기 먹어요.”


서로를 닮은 인형을 품에 꼭 안고 오락실을 나왔다. 데이트 끝!



13




[빡지 이거 너 맞음?]


자고 일어나면 연락이 가득 했다. 친구에 그냥 번호만 아는 사람도. 꼭 이런 일에만 연락하지. 분명히 충전을 해 놓고 잤는데 배터리가 줄어 있었다. 곧 꺼질 것 같아 충전기를 꼽았다.
친구가 보내준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언제 찍혔는지 윤기와 지민을 찍은 사진이 제법 많았다. 이렇게 많이 찍힐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오락실에서부터 식당, 카페까지. 두 사람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가 누군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이 다 드러나는 사진이었다.


둘이 무슨 사이인지 궁금하다는 댓글과 악플이 번갈아 달렸다. 댓글을 하나하나 다 읽었다. 지민은 윤기에게 미안했다. 자기가 걱정한 게 이거였으니까. 윤기에게 연락을 했지만 아직 답이 없었다. 형도 알고 있을까? 몰랐으면 좋겠다.


연락을 모조리 씹었다. 윤기와 이야기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가 섣불리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 할 해명이 나오지 않으니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불어났다.


거기에 윤인이 불을 붙였다. 슈가 (전)여자친구입니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둘 때문에 헤어졌다는 그런 얘기. 커플링에 대한 얘기는…, 차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당사자인 지민도 내가 그랬나? 싶은 정도로 너무나 자세하게 써져 있었다. 글을 본 지민이 억울함에 눈물을 뚝뚝 흘렸다. 모든 화살이 지민에게 돌아갔다. 지민이 이불을 푹 뒤집어썼다.


윤기는 조금 늦게 소식을 들었다. 어떻게 할지 스태프와 이야기를 하면서도 지민에게 연락을 했다. 초조해졌다. 손톱을 톡톡 깨물었다. 일단 더 일이 커지기 전에 해명 기사를 내기로 했다.
글을 작성한 사람은 전 여자 친구가 아닌 엔지니어형의 동생이고, 사진에 찍힌 지민은 친한 형․동생 사이라고. 사실 기사내면서 마음이 편하지 만은 않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고 싶었는데. 지민에게 피해가 더 갈까봐 꾹 눌러 참았다. 제 욕심으로 지민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이런 얘기를 지민에게 했으면 사이가 틀어지지는 않았을까. 윤기는 여전히 연락 없는 지민이 걱정되었다. 당장이라도 찾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한숨을 푹 내쉬며 윤기가 짜증스럽게 머리를 헤집었다.


윤기가 낸 기사 보면서 한숨 푹푹 내쉬었다. 친한 형과 동생, 맞는 이야기였지만 왠지 섭섭했다. 윤기에게 연락이 왔지만 지민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서운하다고 이야기할까봐. 그렇게 하자고 한 건 저였으면서 괜히 윤기를 원망하게 될까봐. 이번 일로 지민은 윤기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지민은 잠수 아닌 잠수를 탔다. 간간히 윤기에게서 연락이 왔지만 지민은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지민은 윤기에게 상처를 주면서 제게도 상처를 주고 있었다. 형, 죄송해요.


아는 선배가 부탁했던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새벽 촬영에 딜레이 되기 일쑤였지만 실력만큼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었다. 사실 너무 힘들어서 울면서 잠들기도 했었다. 윤기의 사진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스튜디오 일이 조금씩 익숙해졌다. 아침부터 촬영 준비로 바빴다. 그래도 이번 촬영만 끝나면 퇴근이었다. 무거운 촬영장비들을 옮기는 지민에게 지형이 시원한 커피를 들고 다가왔다.


“안 힘들어?”
“네. 괜찮아요!”


그러면서도 지형이 내미는 커피를 보고 눈을 반짝였다. 헤헤, 잘 마실게요. 빨대로 조르르 마시면 갈증이 다 가셨다. 뭐가 그리도 급한지 몇 모금 마시지 않았는데 일하러 가려는 지민을 붙잡았다.


“아직 촬영까지 시간 좀 있으니까 쉬엄쉬엄해.”
“다 하고 쉬면 돼요!”
“널 어떻게 말리냐. 오늘 촬영 중요한 거 알지?”


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촬영을 하러 오는지는 몰랐지만 스태프들이 제법 많은 걸 봐서는 꽤나 큰 촬영인 것은 같았다.


“이번 일 잘 끝나면 여기서 일하게 해 줄게.”


지민의 눈이 크게 떠졌다. 헐, 진짜요? 저 스카우트하시는 거예요? 실습을 시켜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했는데 졸업하고 여기서 일하라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니까 이번에 꼭 졸업해라.”
“당연하죠!”
“근데 오늘 따라 왜 이렇게 열심히 해? 친한 형 와서 그래?”


친한 형이요? 설마하고 지형을 보면 오히려 몰랐냐는 듯 지민을 보고 있었다. 만나면 뭐라고 해야 하지? 그냥 연락할 걸. 형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저를 이해해 달라고 하면 그건 너무 많이 바라는 거겠지. 아직까지 윤기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요즘 형 바빠서 연락을 못했거든요. 빨대를 잘근잘근 씹었다. 불안함이 행동으로 나타났다. 지형의 눈치를 보다 지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이제 일하러 갈게요. 커피 잘 마셨어요, 형!
촬영하는 동안 몰래 숨어있으려는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아직 도착할 시간이 아닌데 멤버들이 도착했다. 헛! 놀란 지민이 손에 들고 있던 상자를 놓쳐버렸다. 빈 상자였으니 다행이지. 상자로 얼굴을 가린 채 지나가려고 했는데 오히려 시선이 더 집중되었다.


“어, 안녕하세요. 윤기 형 작업실.”


알아보는 남준에 지민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오늘은 모른 척해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지민이 상자를 다시 주웠다.


“지민아.”
“촬영 열심히 해요, 형!”


지민이 다급하게 윤기를 지나쳤다. 상자를 창고에 가져다 놓고 오니 촬영을 하고 있었다. 멀찌감치 떨어져 촬영을 지켜보았다. 무대 위의 모습과 또 다른 모습이었다.


“지민아.”
“네?”


촬영 중간 저를 부르는 지형에게 지민이 조르르 다가갔다. 그 사이 멤버들이 메이크업을 수정했다. 제게 따라 붙는 윤기를 애써 모른 척했다. 모니터를 하라는 건가? 컴퓨터 앞으로 가려는데 뒷목이 붙잡혔다.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으니 실력 좀 보자.”
“저요?”


지민이 고개를 거세게 끄덕였다. 저 카메라 금방 가지고 올게요. 사무실로 들어가는 지민의 걸음이 빨랐다.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찍을 기회가 없어 가지고 왔다 그냥 들고 갔었는데.
최대한 촬영에 방망해가 되지 않도록 거리를 두었다. 셔터를 쉴 틈 없이 눌렀다. 멤버들, 특히 윤기에 대해서 잘 아는 편이라 구도를 잡는 건 쉬웠다. 뷰파인더로 윤기와 마주하는 건 무척이나 오랜만이었다. 꼭 미니의 시선 때로 돌아간 것 같아 마음이 간질거렸다.


“잠깐 끊었다가 갈게요.”


뜨거운 조명에 멤버들의 얼굴에 땀이 가득이었다. 제일 먼저 메이크업을 수정한 윤기가 지민에게 다가갔다. 형. 저를 부르는 거였으면 좋았을 텐데. 윤기가 제게 다가오는 걸 본 지민이 휙 돌아서 지형에게 갔다. 제 사진 좀 봐 주세요! 딱 붙어 사진을 보는 모습에 윤기가 차마 다가지 못했다. 지민이 웃으며 지형에게 몸을 기댔다.


“사랑 싸움?”
“그냥 친한 형이에요.”


그 말에 윤기는 쓸쓸하게 뒤돌아 갈 수밖에 없었다.


“근데 왜 아는 척도 안 해. 싸웠어?”
“그런 거 아니에요.”


오랫동안 지민을 지켜본 지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보였다. 머리를 헤집었다. 아, 혀어엉! 지민이 짜증을 내며 머리를 정리했다. 너무 고민하지 말고 마음 가는대로 해. 형은 응원하니까. 지민이 손을 멈췄다. 위로의 말에 지민은 눈물을 흘릴 뻔했다. 제 주위에 이런 말을 해 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너무 질질 끌다간 상대방이 지쳐. 후회하지 말고.”


저도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윤기가 내민 손을 거절하기만 했다.


“고마워요.”
“밥 사, 비싼 걸로.”


나보다 돈도 많이 벌면서. 지민이 지형을 노려보았다.



촬영이 끝이 났다. 장비를 정리하는데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윤기가 지민에게 다가왔다.


“지민아, 같이 저녁이나 먹을까?”
“어, 저 약속이 있어서요.”


지형의 말을 듣고 피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지민이 윤기의 눈치를 봤다. 휴. 한숨을 내쉬는 윤기에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다시 밥을 먹자고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한 번만 더 물어보면, 다 말하려고 했는데.


“맛있게 먹어.”


멤버들을 뒤따라가는 윤기의 뒷모습에 주먹을 꽉 쥐었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윤기와 마지막일 것 같아서. 뒤따라가 붙잡아야 하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뭐해, 안 가?”


지형이 지민의 등을 툭 쳤다. 지민이 고개를 푹 숙였다. 술 한 잔 할래? 지민이 고개를 저었다. 애인이랑 약속 있으면서. 얼른 가라며 지형의 등을 밀었다. 홀로 남은 지민이 넓은 스튜디오를 돌아봤다. 윤기를 찍을 일이 또 있을까 싶었는데. 뒷정리를 하고 저도 짐을 챙겼다. 스튜디오에 어둠이 내렸다.


  

분명 약속 있다고 했는데. 지민과 약속이 있다던 지형이 건물에서 나왔다. 형 잠시만요. 윤기는 차를 타다 말고 멈춰 섰다. 먼저 나와서 기다리는 건가? 한 번이라도 지민을 더 보고 갈까 싶었다.


윤기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지형이 팔을 벌리고 있으면 누가 와서 폭 안겼다. 너무나 다정해 보이는 모습에 이상함을 느꼈다. 지민이 아니야? 솔직히 두 사람의 사이를 오해하긴 했다. 그러면 왜.


“형, 저 따로 갈게요.”


차를 먼저 보냈다. 문 옆에 서서 지민을 기다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지민이 놀라지 않게 제 마음을 전해야 했다. 곧 혼자 터덜터덜 나오는 지민이 보였다. 윤기는 저도 모르게 벽 뒤로 숨었다. 왜 숨었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지민에게 다가가다 지민의 혼잣말 들었다.


“힝, 형은 두 번을 안 물어보냐.”


아무 연락이 없는 휴대폰을 꼭 쥐었다. 솔직히 제가 할 말은 아닌데.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에서 화들짝 놀랐다. 윤기의 이름이 떴다. 기다리는 전화가 맞는데 막상 오니 전화를 받기가 무서웠다. 다시 울리면 지민이 전화를 받았다.


“저 짐 정리한다고 바빴어요. 왜요?”


윤기가 지민에게 다가갔다. 바쁘면 나 안 만나 줄 거야? 지민의 얼굴이 당혹감을 물들었다. 거짓말을 한 게 들켜버렸다.


“형.”
“응.”
“죄송해요.”
“밥 먹을까?”


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14



스튜디오 근처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저녁 때가 조금 지난 시간이라 식당은 조용했다. 간간히 텔레비전 소리만 들렸다. 어색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다. 침묵 속에서 밥을 먹었다. 꼭 목적이 밥인 것처럼. 속이 답답한 것 같아 윤기가 먼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고개를 들지 않고 밥만 먹는 지민이 걱정됐다. 저러다 체하는 게 아닐까? 근처에 약국이 있었나?


윤기와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있는 게 믿기지 않았다. 이제 형 나 안 볼 줄 알았는데. 눈물이 찔끔 새어나왔다. 들키고 싶지 않아 밥그릇을 제 앞으로 끌어당겼다. 윤기가 반찬을 집어 그 틈을 비집었다. 고개 들고 먹어. 지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민아, 하고 부르면 지민은 숟가락을 든 채로 엉엉 울음을 토해냈다.


어떡하지? 지민의 갑작스러운 울음에 당황했다. 휴지를 뜯었다. 손에 쥔 숟가락 대신 휴지를 쥐어줬다. 훌쩍훌쩍. 울음을 참아 보려 하는데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괜찮아? 윤기가 조심스레 물을 건넸다. 휴지로 얼굴을 닦은 지민이 물을 꼴깍꼴깍 삼켰다. 물이 들어가니 진정이 됐다. 지민이 고개를 끄덕이고 입가를 닦았다.


“다 먹었어?”


지민이 고개를 들지 못하고 끄덕이기만 했다.


“형 계산하고 있을게, 천천히 나와.”


윤기가 먼저 자리를 피했다. 지민이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폈다. 윤기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전에는 옆모습이 익숙했는데 어느샌가 뒷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되었다. 우리 형 뒷모습보다 옆모습이 더 멋있는데. 지민이 짐을 챙겨 윤기를 뒤따랐다.


택시 앞에 선 윤기에게 다가갔다. 문을 열어 지민을 태웠다. 뒷문을 잡고 지민의 집주소를 말했다. 조심히 가. 문을 닫으려는 윤기는 다급하게 불렀다. 형이랑 같이 갈래요. 지민이 안쪽으로 들어가고 윤기가 그 옆에 탔다. 불편할까봐 따로 가려고 했는데. 두 사람을 태운 택시가 출발했다.


지민은 혼자 생각을 정리했다. 더이상 고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마음 가는대로 한 번 해보고 싶기도 했다. 지형의 말대로 질질 끌다가는 윤기가 제게서 떠날 것 같았다. 후회하고 싶지는 않았다.


도로를 달리던 차가 멈췄다. 집에서 회사까지 멀지 않으니 여기서 걸어갈까 싶어 윤기도 지민을 따라 내렸다. 왜 이렇게 떨리지. 잘 가, 잘 자. 인사를 하면 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들어갔다가 갈래요?”


지민이 택시에서부터 하고 싶었던 말을 건넸다. 응, 그래. 너ㄷ... 어? 형 조심히 가요. 이런 말을 할 줄 알았다. 같이 가자고 어디를? 윤기가 위를 올려다 보았다. 몇 층인지도 모르는 지민의 집을. 얼떨결에 같이 올라갔다. 들어오세요.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깔끔했다. 형 소파에 앉아서 잠깐만 기다려요. 소파에 앉아 거실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이렇게 보는 것도 실례일 것 같아 켜지지 않은 텔레비전을 응시했다.


“형, 치킨 괜찮아요?”
“어? 어. 형은 다 좋아.”


좋다는 말에 심장이 쿵쿵거렸다. 내가 좋다는 것도 아닌데. 지민이 침을 꼴깍 삼켰다. 지민이 어플을 켜 치킨을 시켰다. 배달 오려면 30분 정도 걸린대요! 주방으로 들어가 냉장고를 살폈다.  이 정도면 되겠지? 엉덩이를 들썩 거리고 있는 윤기에게 지민이 다가갔다.


“형 저 옷 갈아입고 올게요.”
“어, 어.”


방으로 갔던 지민이 문을 열고 고개를 배꼼 내밀었다. 형, 저 씻고 나와도 돼요? 울기도 했고 일하느라 땀도 흘려 조금 찝찝했다. 어. 윤기의 대답에 지민이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저 씻는 동안 구경해도 돼요! 배달 오면 받아 주세요. 계산했으니까 그냥 받으면 돼요.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택시를 타고 오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기에. 축 쳐져 있는 것보다는 다행이었지만 혼자 저에 대한 마음을 정리한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그래도 윤기는 저의 마음을 다 말하고 지민이 하자는 대로 해야겠다 싶었다. 윤기는 지민이 씻는 동안 집을 구경했다. 한 켠에는 제 작업실에도 있는 책이 있었다.


'안녕, 4년'


저때만 해도 이런 사이가 될 줄 몰랐는데. 어떻게 저렇게 한결 같이 한 사람을 좋아해 줄 수 있을까. 지민은 늘 한결 같았다. 그래서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런 마음을 잘 알기에 지민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힘들긴 하겠지만.


말갛게 익어서 지민이 나왔다. 원래 홍조가 있는 듯했지만 더 빨갛게 익었다.  윤기는 괜히 헛기침하며 고개를 돌렸다. 때마침 초인종이 울렸다. 윤기가 배달 온 음식을 받고 지민이 냉장고에서 술과 음료를 꺼냈다. 둘이 식탁에서 나란히 앉았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술이 조금 들어가니 편해졌다. 못했던 말도 할 수 있을만큼.


“속상했어?”
“…….”


지민이 말없이 손을 꼼지락거렸다. 마음이 가는대로 하자고는 했지만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내가 제대로 말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사실 그 기사내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라고 하고 싶었는데 그러면 너한테 피해가 갈까봐 못했어. 그게 상처가 주는 거였으면 그냥 욕심 좀 부릴걸 그랬어. 꾹꾹 눌러 담고 있었던 윤기의 진심이었다. 윤기에게 가지고 있던 서운함이 다 사라질 정도로. 윤기를 피했던 게 미안했다.


“지민아.”


지민이 고개를 들면 눈물이 글썽글썽 맺혀 있었다. 제게 뻗어오는 손길을 피했다. 혀엉, 엉엉 울음이 터졌다.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었다. 죄송해요. 형 연락을 피할 생각은 없었는데요. 서운하다고 이야기할까 봐요. 제가 먼저 그랬으면서 형 원망할까봐, 그럼 안 되는 거잖아요. 우는 지민을 보니 저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아무 것도 없는 벽을 보며 눈물을 꾹 참았다.


“지민아,”
“네?”
“사랑한다.”


해도 될까? 숱한 밤을 고민했던 말을 드디어 했다. 지민이 더 크게 울었다. 어터케요, 허엉, 너무 조아여. 하면서. 그게 너무 귀여워 웃음이 터졌다. 너무 웃겨서 우는 것처럼 윤기는 눈물을 닦아냈다. 지민이 조르르 윤기에게 다가와 품에 안겼다. 한참을 눈물을 쏟고 나면 그제야 민망한지 얼굴을 비볐다. 떨어지려는 지민을 힘주어 세게 안았다.


“지민아, 근데 나는 좀 무섭다.”
“혀엉.”
“무서운데 그래도 너랑 있으면 괜찮을 것 같아. 네가 보는 모습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나 겁이 많아.”
“…….”
“네가 나를 민윤기가 아닌 슈가로 안 시간이 더 많지만, 나는 그런 너에게 이제는 민윤기가 되고 싶어.”


지민이 눈물을 벅벅 닦고 윤기를 올려다보았다.


“어쩌면 저한테는 형은 처음부터 민윤기였을지도 몰라요.”


자꾸만 숨기고 피해서 미안해요.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했다. 서로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게 서로를 더 힘들게 한 일이란 걸 깨달았다.


“나 좋아?”
“모르겠어요.”
“어?”
“근데 사랑은 하는 것 같아요.”


지민이 먼저 윤기에게 입을 맞췄다. 쪽쪽 거리며 입을 맞추던 지민이 슬금슬금 들어오는 윤기의 손을 찰싹 내려쳤다. 형, 저희 전체 관람가예요!



***



이제는 쑥스러웠던 스킨십도 조금은 익숙해졌다. 카페 문을 닫고 뒤를 돌면 윤기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형 못 온다면서요.”
“잠깐 시간이 나서 왔어.”


윤기의 손을 꼭 잡고 도란도란 얘기를 하면서 걸었다. 너무 짧아 금세 도착해 아쉬웠다.


“형 저 갈게요.”
“잠깐만.”


윤기가 지민을 붙잡았다. 왜, 붙잡지? 막 헤어짐의 입맞춤이라도 해 달라고 하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윤기가 먼저 살짝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지민이 눈만 깜빡였다. 제가 꼭 노래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형 뽀뽀했으니까 숙소 가서 이불킥은 안 해도 되겠다. 근데 뽀뽀 말고 키스는 안 되나? 침을 꼴깍 삼켰다. 엄한 상상을 할 것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얼른 들어 가. 나도 갈게.”


아직 밖에서 키스는 안 되나봐. 손을 흔드는 윤기의 볼에 뽀뽀했다. 괜히 아쉬워서. 근데 나만 아쉬운 가봐. 힝. 헤어지기 싫다. 지민이 윤기의 손을 꼭 잡았다.


“형 저 안 가면 안 되겠죠?”


지민이 배시시 웃으면 윤기가 지민을 따라 웃었다. 그래도 윤기를 계속 붙잡아 둘 수 없어 지민이 손을 흔들었다. 데려다 줘서 고마워요. 형, 조심히 가요.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표정은 잔뜩 보내기 싫은 티가 났다.


운동화 앞코를 콕콕 찍는 지민의 손을 윤기가 꼭 잡았다. 지민을 살살 이끌어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어, 이건….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다. 코끝이 닿고 두 입술이 닿았다. 아랫입술과 윗입술을 번갈아 훔쳐 물었다. 지민이 살짝 입을 벌렸다. 그 사이로 윤기의 숨이 느껴졌다.


아, 어떡하지.


지민이 살짝 뒤로 물러났다. 눈앞에 있는 윤기를 보고도 믿기 않았다. 뒤꿈치를 살짝 들었다. 윤기의 옷을 움켜쥐면 입맞춤이 다시 시작되었다. 쪽쪽 소리를 내며 진득한 키스를 했다.


할 때는 몰랐는데 막상 입술을 떼고 나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아무 말도 못하고 눈도 못 마주쳤다. 형 이제 진짜 가야 하죠? 아쉬운 마음에 윤기를 껴안으면 윤기가 더 세게 지민을 껴안았다. 키스를 하고 나니 더 보내기 싫어졌다. 그렇지만 내일 형 촬영 있으니까. 더 붙잡아 둘 수 없었다. 지금 가서 언제 자. 지민이 얼른 가라며 인사를 했다.


“왜 자꾸 보내려고 해.”
“내일 스케줄 있잖아요. 피곤할까봐 그러죠.”
“너 보면 하나도 안 피곤해.”


헙. 지민이 배시시 웃었다. 형 그런 말도 할 줄 알아요? 멤버들이 진짜 놀랄 것 같은데. 윤기가 지민의 입술을 살짝 꼬집고 놓아줬다. 알면 그만 해. 헤어지기 싫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가 끊길 때쯤 새로운 화제를 찾았다. 이제는 진짜 가야 할 것 같아 쪽쪽 입을 맞추는데 뒤에서 아가? 하는 소리가 들렸다. 윤기가 쳐다보면 그때 지민의 집에 있던 사람이었다. 괜히 짜증나서 눈을 가늘게 뜨고 있는데 지민이 울상을 지었다.


“형, 저희 뽀뽀하는 거 보지는 않았겠죠?”
“왜? 누군데?”
“저희 삼촌이요. 그러니까 오해하면 안 돼요.”


윤기가 오해할까 걱정이었다. 무섭게 저희를 지켜보고 있는 지삼에 지민은 어렵게 발을 돌렸다. 제가 전화할게요! 지삼을 따라갔다. 한 걸음 떼고 돌아보기를 반복했다. 슬쩍 지삼의 눈치를 보다 몸을 돌려 다시 뛰어왔다. 형, 조심히 가요. 반대쪽 볼에 뽀뽀를 해주고 후다닥 사라졌다. 홀로 남은 윤기가 볼을 쓱 문지르다 피식 웃었다.

 



15



-혀엉, 어떡해요. 저.


전화를 받자마자 하는 말이었다.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 걸까? 목소리에 울음이 가득했다. 왜애. 사실 무슨 이유인지 알 것 같기도 했다. 걱정스럽게 물어보면 지민은 코를 훌쩍거렸다. 저 형 못 보나 봐요. 안 봐도 입술이 툭 튀어 나와 있을 것만 같았다. 다들 지민과의 관계는 알지만 대기실에서 통화는 더 못할 것 같아 윤기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멤버들이 윤기를 한 번 쓰윽 보고 고개를 돌렸다.


방송국은 어딜 가나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연차가 쌓이다 보니 어디에 가면 사람이 없는지 알게 되었다. 사람이 없는 곳에 와서야 지민아, 하고 부를 수 있었다.


-떨어졌어요. 내가 형 보려고 앨범을 몇 장이나 샀는데.
“그럼 우리 못 봐?”


몇 장을 샀는지는 묻지 않기로 했다. 드래곤볼을 했다는 인증샷을 보냈으니 얼추 짐작이 됐다. 아, 한 박스는 다 내가 나왔다고 했나? '형 이렇게 내가 보고 싶었으면 직접 찾아오지 그랬어요!' 하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듣기도 했다.


조금만 시간을 내면 스케줄을 따라 다니는 게 아니더라도 만날 수 있는데 지민은 그것조차 거부했다. 형 활동할 때는 따로 안 만날 거예요! 활동기마다 지민은 늘 엄포를 놓곤 했다. 윤기는 지민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너무 싫었다. 나도 애인 얼굴 보고 싶은데. 보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았지만 지민이 보내주는 응원 메시지와 셀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지민을 부르는 지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말은 즉 이제 통화를 끝내야했다. 지민아, 우리 또 언제 통화할 수 있어? 윤기가 애절하게 물었다. 뭔가 말이 바뀐 것 같았지만 두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지민은 새침하게 대답했다.


-다음 공방 가게 되면요. 형 파이팅! 내가 못 가니까 오늘은 예쁘지 마요. 안뇽~


윤기와의 짧은 통화가 끝이 났다. 형 목소리 더 듣고 싶었는데. 지민은 괜히 지삼에게 짜증을 냈다. 형이랑 통화하는데 왜 방해해! 왜 방해하냐니, 이유를 몰라서 묻는 걸까? 지민은 오늘 공방도 못 가서 속상한데 팬사인회까지 떨어졌다. 집에 잔뜩 쌓인 CD를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새로 산 카메라에는 저장된 데이터가 없었다. 그 전에 있던 운은 다 사라졌는지 윤기가 컴백한 이후로 한 번도 사용하지를 못했다. 나도 형 잘 찍을 수 있는데.


지민이 트위터를 켰다.


미니의 시선 @mini_SUGA
나도 윤기 형 보고 싶다. 또 떨어졌어ㅠㅠㅠ
그치만 형은 잘 생겼다!
(사진)(사진)
(사진)(사진)


보정해 놓고 저장해 놓았던 사진을 업로드했다. 윤기의 사진을 한 번 더 보는 것으로 지민은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사실 윤기와 만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하지만 저와 만나기 위해서 잠을 포기해야 하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았다. 안 그래도 몇 시간 못 잘 텐데.


그렇지만, 형 보고 싶다!


지민의 생각을 알았는지, 아니면 트위터를 봤는지 윤기에게서 카톡이 왔다.


(사진)
[나도 보고 싶어]

[형 보고 싶어 하는 건 나만 그런 거 아닌데]
[이렇게 연락하면 어떡해요]


그러면서도 사진을 저장하는 손길이 분주했다. 형 오늘 의상인가? 후기에서 본 그대로였다. 붉게 염색하고 짧게 자른 머리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잔뜩 드러난 목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까끌까끌한 머리카락 만지면 기분 좋은데. 안 되겠다, 오늘 공방 신청 떨어지면 출근길이라도 가야겠어. 몰래 가서 윤기 형 놀라게 할 거야. 근데 형 왜 답이 없지, 삐쳤나?


민슈가천재짱짱맨뿡뿡 @SUGA_twt
보고 싶다요
(사진)


트위터 알람이 떴다. 본능적으로 리트윗을 하고 마음을 눌렀다. 사진을 눌러 보면 제게 보내준 사진과 똑같았다. 프사해야지! 새로 바꾼 프로필 사진으로 멘션을 남겼다.


미니의 시선 @mini_SUGA
형 완전 멋있어요, 사랑해요♥♥♥♥♥♥♥♥♥ 꼭 보러 갈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 *


함성 소리가 들리면 지민은 카메라를 높이 들었다. 뷰파인더로 윤기의 모습이 보였다. 쉴 틈없이 손가락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착착착,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제대로 찍히는지 확인을 하고 다시 초점을 맞췄다. 모자를 꾹 눌러쓰고 마스크를 했지만 그래도 멋있었다. 근데 형 앞은 보이긴 하나.


방송국 안으로 들어가는 멤버들을 눈으로 좇았다. 이대로 윤기를 보내지 못할 것 같아 지민이 눈 딱 감고 소리는 질렀다.


“미뉴우우우운기~~~~~”


주위에서 웃음이 터졌다. 멤버들도 하나둘 뒤돌아 지민을 쳐다봤다. 민윤기는 왜 안 돌아보는데! 지민이 주먹을 불끈 쥐고 더 크게 소리를 칠 준비를 했다. 잘생겨따아아아아아아! 쩌렁쩌렁 소리가 울렸다. 제일 먼저 남준이 지민을 알아보고 윤기를 툭툭 쳤다.


“형 저기 지민이 아니에요?”
“지민이?”


쟤가 왜 저기 있어? 윤기가 돌아보자 지민이 방방 뛰었다. 신나게 온몸을 흔들며 인사하는 지민에 웃음이 났다. 보러 온다는 게 이런 거였어? 윤기의 걸음이 빨라졌다. 지민에게 전화를 걸고 싶어서. 방송국 안으로 서둘러 들어가는 윤기를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


“지민이 귀엽네요.”
“네가 왜.”
“네?”
“네가 왜 귀여워 하냐고.”


??????? 어리둥절해 하는 남준을 뒤로 하고 윤기가 옆길로 슬쩍 빠졌다. 전화를 걸면 언제 바꿨는지 타이틀곡이 통화연결음으로 나왔다.


“지민아, 형 죽으라고 한 거야?”
-형이 왜 죽어요?
“네가 너무 귀여워서.”
-그럼 살아야죠. 내가 이렇게 귀여운데. 나 두고 죽으면 어떡해요.


그치, 지민아. 형 오래 살게. 윤기가 폰을 꼭 쥐었다. 조금이라도 지민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 들으려고. 형 예쁘게 잘 찍었어? 당연하죠. 저 미니의 시선이거든요! 수화기 너머로 까르르 웃는 지민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또 웃다가 옆 사람을 쳤는지 사과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형, 저 이제 집에 갈게요.
“형 안 보고 그냥 가?”
-방청권이 없는데 어떻게 봐요. 형 진짜 못됐네요. 끊을게요.
“지민아, 지민아?”


* * *


몇 번의 낙방 끝에 지민은 막방에서 당당히 1의 자리 번호를 얻었다. 그것도 1번. 나 운 다 쓴 거 아니겠지? 콘서트 갈 수 있겠지?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공방이라니. 셀레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몇 번이나 뒤척였다. 연습하는지 윤기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윤기 형, 제가 드디어 보러 가요!


아침 일찍 준비해 방송국으로 갔다. 챙겨야 할 게 많았지만 카메라가 없어 가벼웠다. 팔찌도 받고 공방 포카도 받고. 긴 기다림의 끝에 안으로 들어갔다. 지민이 무대 중앙으로 조르르 달려갔다. 진짜 잘 보이겠다. 밀리지 않게 지민이 펜스를 꼭 잡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멤버들이 차례차례 올라왔다. 다들 함성을 질렀다. 밥 먹었어요? 아니요. 지민이 대답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맨 마지막으로 올라오는 윤기에 지민이 입을 틀어막았다. 형, 오늘 진짜 멋있다. 내가 온 공방도 레전드ㅠ8ㅠ


노래가 시작 되고 응원법에 맞춰 응원봉을 흔들었다. 다른 멤버들보다 민윤기!를 부르는 목소리가 조금 컸다. 왜 이렇게 짧아. 4분이 훅 지나갔다. 모니터를 하러 내려가고 지민은 초조함에 발을 굴렀다. 한 번만 하고 끝나는 거 아니겠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면 녹화 한 번 더 할게요! 하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멤버들이 다시 무대 위로 올라왔다. 녹화를 기다리며 대화도 주고받았다. 윤기가 저를 알아봐 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 형 방해하면 안 되니까. 다시 녹화가 시작되었다. 조금 전보다 힘차게 응원법을 했다.


“오늘 아침부터 와 줘서 고마워요!”
“윤기 형이 도시락 준비했어요!”
“맛있게 먹어요.”


헐, 지민이 응원봉을 흔들었다. 어떻게 형이 도시락 준비했대. 멤버들이 인사를 하고 차례차례 아래로 내려갔다. 짧은 녹화가 아쉬웠지만 들어온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쏘 쇼 미!”
“아이 쇼 유!”
“안녕~”


진짜 녹화가 끝이 났다. 나가면 바로 후기 써야지. 절반은 다 까먹고 못 쓰겠지만. 지민이 제일 마지막으로 녹화장을 빠져 나왔다.


미니의 시선 @mini_SUGA
슈가 형이 도시락 쏜대여!!!!!!! 캡짱


사람들을 따라가 도시락을 받았다. 도시락 뚜껑에 붙은 윤기의 스티커를 보니 내가 진짜 도시락을 받았구나 싶었다. 그늘에 앉았다. 먹기 너무 아까웠지만 더운 날씨에 상할까봐. 대신 인증 사진을 몇 십장 찍었다. 스티커 떼 갈 거야. 손톱으로 살살 긁어 스티커를 떼어내 노트에 붙였다. 트위터에 글 쓰고 윤기 형한테도 자랑해야지!


미니의 시선 @mini_SUGA
형 잘 먹을게요.
(사진)
(사진)


[윤기 형이 쏜 도시락!!!!!!! 잘 먹겠습니다]


내용을 반대로 쓰는 실수를 했지만.


도시락을 먹고 있으면 윤기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녹 왔었어?
“네, 형 진짜 멋있어요. 캡짱! 도시락도 짱짱 맛있고.”
-미리 얘기하지, 나도 보고 싶었는데.
“곧 활동 끝나잖아요. 그때 봐요.”


만나 줄 거야? 찡찡거리는 윤기의 목소리에 지민이 푸시시 웃었다. 네. 저 이따가 생방도 들어가요. 지민이 밥을 꿀꺽 삼켰다.


-형 열심히 할게.
“응원할게요!”
-지민아.
“네?”
-이따 밤에 스케줄 없으니까 우리 데이트 하자.



*
미니의 시선 끝ㅠㅠㅠㅠㅠㅠ
그동안 함께해 줘서 고마워ㅠㅠㅠㅠ

벌써 1년이 지났는지 몰랐다아아아.

1년만에 완결이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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