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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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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고 곧장 카페로 갔다. 휴무지만 볼일은 삼촌에게 있다. 문을 열자 딸랑, 종 소리가 났다. 오늘따라 카페가 조용했다. 지민은 테이블을 닦고 있는 삼촌의 허리를 껴안았다. 삼촌, 미안~~ ? 자기도 모르게 삼촌에게 화내서 하루 종일 신경이 쓰였다. 얘가 왜 이래. 삼촌은 지민을 밀어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웃었다.

 

 

삼촌, 화났어? ? 화 안 났지? 지민이가 잘못했는데.”

 

 

애교가 없다고 하는 지민이지만 이상하게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는 삼촌 앞에서는 애가 됐다. 삼촌이 웃는 것을 본 지민도 눈을 접어 사르륵 웃었다. 그러다가도 그새를 못 참고 뽕동이를 주물럭거리는 나쁜 손을 응징했다. . 삼촌의 손등에 지민의 손톱자국이 가득했다.

지민이 휙 돌아서 탈의실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고 카운터에 섰다.

 

 

오늘 쉬는 날이잖아.”

.”

근데, ? 나랑 더 있고 싶어?"

용돈 벌이. 이거 시급 빵빵하게 쳐 줘야 한다. 알았지~”

 

 

장난스러운 말에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인마, 조용한 거 안 보이냐? 그래도 지민은 꿋꿋하게 버텼다. 오늘은 내가 있어야 할 걸. 지민의 예상대로 저녁 시간이 되자 조용하던 카페가 바빠졌다. 지민도 정신없이 주문을 받고 음료를 만들었다. 좀 전에 온 수인은 일은 안 하고 자꾸 휴대폰만 만졌다. 계산대 앞에 사람들이 밀려 있었다. 지민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민이 잔소리 하려다가 참았다.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조용해진 틈을 타 무슨 일 있어?" 하고 물었다. 수인은 지민이 물어봐 주길 기다렸다는 듯 남자친구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바쁜 게 아닐까? 하려다가 참았다. 대답을 망설이던 지민이 때마침 온 손님을 보고 후다닥 뛰어가 주문을 받았다.

 

 

그 날 이후로 수인이 좀 달라졌다. 어느 순간부터 지민에게 연애상담을 요청해 왔다. 연애 경험이 없는 지민은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수인의 연애 상대를 왠지 알 것만 같아서 해 주기 싫었다. 그래서 지민은 윤기가 싫어할 것 같은 것들만 골라서 얘기해 줬다.

 

 

지민이 점점 제대로 듣지 않는다는 걸 알았는지 이제는 고민 상담이 아닌 연애사를 얘기했다. 지민은 단순히 수인의 연애가 아닌 윤기의 연애니까 듣기 싫었다. 두 사람이 그날 만나 무엇을 했는지 진도를 얼마나 나갔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어느 날 지민은 두 사람의 연애 사실이 진짜였음을 확인했다. 수인이 놓고 간 휴대폰에서둘이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모르는 척 하려고 했지만 자꾸만 눈길이 갔다.

 

 

? 봤어?"

 

 

수인이 달려와 휴대폰을 챙겼다. 아니, 그러니까. 당황해서 횡설수설하는 말과 달리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지민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윤기 오빠랑 사귀는 거 비밀로 해 줘."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지민이 너도 우리 오빠 팬이라고 했지? 다음에 콘서트 하면 오빠한테 말해서 표 구해 줄게.”

 

 

지민은 애써 웃었다. 아 맞다, 사장님이 재고 파악하라고 했는데. 수인이 금세 자리를 뜨는 지민을 보며 몰래 피식 웃었다.

 

 

뱡탄소년단 콘서트 공지가 올라왔다. 양일 모두 가고 싶지만 지민은 하루만 가게 되었다. 아쉽지만 내 자리 하나 있는 것에 감사해 했다. 알바 쉬는 시간에 수인에게 전화가 왔다. 누군지 확인한 수인의 표정이 점점 밝아졌다. 화면이 보이지 않게 가리고 전화를 받았다.

 

 

. 오빠. 안 바빠?"

 

 

지민의 표정이 굳어졌다. 괜히 휴대폰 화면만 켰다 껐다를 반복했다. 듣지 않으려 했지만 어찌나 큰소리로 통화를 하는지 귀에 잘 들렸다. 아니, 못 구했어. . 나도 보고 싶지. 진짜? 그럼 나 친구랑 같이 가도 돼? 응응. 오빠 고마워, 사랑해. 아주 난리가 났다. 통화를 끝내고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지민에게 쪼르륵 달려왔다.

 

 

지민아.”

?”

너 표 구했어?”

나는 토요일만 가려고.”

잘 됐다. 나 일요일표 생겼는데 같이 갈래?”

 

 

? . 지민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콘서트 첫날, 지민은 어느 때처럼 꼼꼼하게 얼굴을 가렸다. 오랜만에 가는 스케줄이었다. 굿즈도 사고 나눔도 받고 하다 보니 어느새 입장 시간이었다. 힘들게 잡았는데 자리는 생각보다 좋았다.

 

 

제 자리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는 윤기를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윤기를 따라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던 지민이 윤기의 솔로 무대를 보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콘서트 마지막 날 지민은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어차피 알아볼 사람도 없으니까. 수인의 옆에서 무대를 보는데 또 달랐다. 지인석이라더니 좋았다. 지민은 말 한마디 없이 무대에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어제와 달리 윤기가 솔로 무대에 재킷 안에 니트를 입고 나왔다. 근데 니트가 낯익었다.

 

 

어 저 옷 내가 사준 건데, 저거 입고 나온다는 말도 안 했는데. 어쩜 좋아. 옆에서 수인이 자기가 선물해준 니트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지민이 입술을 꾹 물었다. 어제처럼 울 수는 없었다. 자꾸만 윤기와 눈이 마주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날 보는 게 아닐 텐데. 지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디 가?”

급한 일이 생각나서. 미안.”

 

 

서둘러 콘서트장을 빠져나가는 인영을 따라 윤기의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콘서트장을 나서는 지민의 얼굴이 눈물범벅이었다.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은 윤기와 멤버들을 한 번이라도 가까이에서 보려고 돈도 벌고 티켓팅도 하고 앨범도 사는데 수인은 그렇지 않았다. 전화통화 한 번에 좋은 표를 얻었다. 전화하면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보고 싶다 하면 만날 수 있었다.

 

 




 

며칠 사이에 살이 쏙 빠졌다. 아픈 거 아니냐며 당장 엄마에게 전화하겠다는 삼촌을 말렸다. 수인과도 거리를 둬 버렸다. 거리 둘 만큼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지만. 그런데 수인은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자꾸만 지민을 귀찮게 했다.



몇 번이고 거절하다가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끌려 갔다. 가게로 들어간 수인이 주문을 했다. 지민을 앞에 두고 홀로 잔을 채웠다. 줄어 드는 병을 보며 지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왜 저를 데리고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럴 거면 혼자 오지. 억지로 수인을 말려 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민이 먼저 간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술에 취한 수인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 누군지 알 거 같아 지민은 화장실로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지밍이 앉아있던 테이블에는 다른 남자가 있었다.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마스크를 썼지만 누군지 알았다. 고개를 숙였다. 수인이 데리러 오신 분이죠? 저 지금 가려고 했거든요. 지민이 서둘러 제 짐을 챙겼다.



이 자리에 있어봤자 좋을 게 없었다. 손을  대지 않았지만 계산서룰 챙겼다. 계산은 제가 하고 갈게요. 오해하실까봐 그런데 저희는 친구인....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윤기가 지민을 붙잡아 자리에 앉혔다. 수인이는 택시 태워 보내고 올 테니까 기다려요. 우리 할말이 좀 많을 것 같은데. 지민의 눈이 흔들렸다. 무슨 말을 하려고. 윤기가 수인을 데리고 나갔다. 멍하게 있던 지민이 챙겨 놓았던 짐을 들었다. 윤기와 단 둘이 얘기를 할 사이가 아니었다. 오해가 있으면 두 사람끼리 풀면 될 일이었다.



밖으로 나온 지민이 멈칫했다. 길거리에서 두 사람이 입을 맞추고 있었다. 윤기의 목을 감싼 수인의 손에 시선을 빼앗겼다. 지민이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었다. 여기서 뭐하냐 진짜.



수인을 거칠게 떼어낸 윤기가 택시에 태웠다. 뒤를 돈 윤기는 멍하니 서있는 지민을 발견했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 지민.... 지민에게 다가가지만 지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뒷걸음질 쳤다. 죄송합니다.



급하게 뛰어가다 넘어진 지민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져 있었다.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놀란 윤기가 지민을 살폈다. 괜찮아? 상처가 났을 것 같아 바지를 걷어 올리는데 지민이 힘겹게 밀어냈다. 저 괜찮으니까 가세요. 혹시나 둘이서 만난 거 때문에 이러시는 거면 저희 진짜 친구니까. 오해 안 하셔도 돼요. 두 사람끼리 풀기를 바랐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민은 진짜 소리내어 펑펑 울고 싶었다. 오늘은 얼마나 울어야 할까? 이런 변명을 해야 하는 게 너무 싫었다.



지민아, 하고 부르는 윤기였다. 어떡해? 지민이 움찔했다. 지민이 아픈 것도 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미니야, 하고 또 한 번 불렀지만 지민은 이미 저 멀리 뛰어간 뒤였다. 윤기는 홀로 남아 지민이 떠난 자리만 쳐다보고 있었다.



지민의 고향이 서울은 아니었다.  저도 고향이 서울은 아니지만 이쪽 지리는 지민보다 제가 더 잘 알았다. 지민의 집을 알기에 윤기는 지름길로 빠르게 걸었다.



먼저 도착한 윤기는 조용히 지민을 기다렸다. 골목 끝에서 절뚝 거리며 오는 지민이 보였다. 제가 다가간다면 도망 갈 지민을 잘 알아서 다가갈 수 없었다. 묵묵히 그 곳에 있었다. 지민과 만나고 가장 익숙해진 게 지민의 뒷모습이라는 게 가슴 아팠다. 윤기는 지민의 방에 불이 켜지는 것을 보고서야 자리를 옮겼다. 그냥 가려다가 지민의 상처가 신경 쓰여 약과 밴드, 파스를 샀다. 직접 건네 줄 수는 없었다. 약봉투를 현관문에 걸어 놓고 윤기도 작업실로 향했다.


 

지민의 눈물은 쉽게 그쳐지지 않았다. 집에 가는 내내, 집에 가서도 엉엉 울었다. 그래도 윤기가 좋았다. 이제야 자기가 어떤 마음으로 윤기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단순한 팬심이 아니었다. 이제는 윤기를 볼 수 없을 거 같았다. 몇 년 동안 지민의 방 곳곳에 붙어 있던 포스터를 떼고 책상을 가득 채웠던 앨범도 상자에 넣었다.

 

 

지민은 오직 윤기 하나 만을 담았던 카메라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밤새 울던 지민이 지쳐서 잠들어 버렸다.

 

 

아무도 모르게 시작 된 사랑이었다.





  • 백수 2017.06.25 20:56
    지민이 우째..나쁜민형..ㅠㅠㅠ
  • 백수 2017.06.25 21:10
    뭐야....... 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엉어어우ㅠㅠㅠㅠㅠ
  • 백수 2017.06.25 21:10

    빨리 사이다 줘ㅠㅠㅠㅠ

  • 백수 2017.06.25 22:03
    아아아ㅑ유ㅠㅠ 저 여자애 싫어ㅠㅠㅠ 히유ㅠㅠㅠ
  • 백수 2017.06.25 23:18
    수인이 뭐야ㅠㅠㅠ
  • 백수 2017.06.26 03:49
    으아아..ㅠㅠㅠ 다음편이 필요해 ㅠㅠ 찜니 우는모습 너무 맘아푸다 ㅠㅠ 여자애랑도 정확히 무슨사인지 궁금하그..ㅠㅠ!
  • 백수 2017.06.26 05:04
    수인이 뭐냐ㅠㅠ 뭐하는 애냐 진짜ㅜㅜ 쓰니백뚜야 담편이 시급해 나 지금 이거 보고 광광 울고있다...대체 뭔 관계인거야 오빠랑.. 수짐 러브러브모드로 바껴야할텐데ㅜㅜㅜ
  • 백수 2017.06.26 19:20
    ㅜㅜㅜㅜㅜㅜㅜ둘이 빨리 잘됐으면 좋겠다ㅜㅜㅜㅜ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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