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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시선


추천 수 4 댓글 12
(1)

민이사님 서른 다 되도록 별로 결혼생각도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할아버지가 부르셔서 갔더니 말랑말랑하게 생긴 청소년(!) 하나를 앞에 내놓는다. 부모님이랑은 척지고 살아도 할아버지랑은 잘 지내는 민이사님인데 난데 없는 처사에 당황한 나머지 사납게 되묻고 만다. 뭡니까? 하고.
할아버지 살아 생전 소원이 민이사님 자식 보는 거라고 하시면서 꼬마신부 소개해주는데 이름은 박지민이고, 이제 열 여덟살 됐대. 열 여덟살 짜리랑 뭘 하라고. 민이사님 일단 할아버지 말씀이니까 알겠다고 하고 나오는데 민이사님도 모르는 사이에 결혼식 준비 챡챡 진행되고 그런다. 결혼식 당일까지 민이사님 그 꼬마신부랑 한 대화라곤 "밥 먹었어요?" / "네." 가 다였음.

민이사님 꼬마신부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이름하고 나이 뿐인데 결혼식에서 반지도 노나끼우고 (첫)키스도 했다. 진작 결혼한 친구들은 민이사님 보고 키들키들 웃으면서 (신부가 어려서) 좋겠다! 그래. 좋긴 개뿔. 또 신혼부부라고 신혼여행까지 갔다 오라고 해. 공항가는 웨딩카 안에서 둘 다 아무 말도 안하고.
신혼여행 가서도 그렇다 할 것 없이 그냥 각자 시간 보내고 온다. 딱 한 번 둘이 같이 바닷가 나간 적 있는데 새파란 바다 보면서 꼬마신부가 배시시 웃었었다. 그거 보는데 민이사님은 괜히 기분이 이상했어.
한국 돌아와서 신혼집이라고 마련된 집 보는데 민이사님 혼자 살던 집보다 쪼그매서 이게 뭔가 싶어. 꼬마신부가 혼자 살림살이 해야하니까 버겁지 않게 조그만 집이라고 하면서 할아버지가 흐뭇하게 웃으시는데 이렇게 어린 애랑 정말 뭘 하라고 싶다. 소꿉장난이라도 하라는건가. 민이사님은 이제 조금 짜증이 났지만 그게 꼬마신부 잘못은 아니니 꼬마신부에겐 젠틀하다. 민이사님이 보는 꼬마신부는 얌전하고 손도 야무지고, 귀엽다.

민이사님이 출근하고 나면 꼬마신부는 하루가 바쁘다.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유리창도 뽀득뽀득 닦아 놓고 책도 본다.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한 건 꼬마신부도 마찬가지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것저것 하다가 저녁 시간 가까워지면 저녁 준비 해놓고 그래. 



꼬마신부랑 민이사님이랑 처음 스킨십 한 건 민이사님 회식 하고 왔을 때. 민이사님 결혼 축하 겸 큰 계약 성사 축하를 위해 마련된 회식자리에서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피곤했던 민이사님 좀 취하겠지. 어찌저찌 비서가 민이사 부축해서 신혼집 도착했는데 늦은 시간이라 벨 누를까 말까 망설이는데 자는 줄 알았던 민이사가 손 들어서 벨 꾸욱 누른다. 달칵, 하는 인터폰 소리 나더니 아무 말도 안해서 뭔가 싶었는데 갑자기 문이 또 달칵 하고 열린다. 뽀얀 꼬마신부 자다 깬 얼굴로 나와서 민이사님 부축하는데 몸집 차이도 있고 하니까 꼬마신부 혼자 버거워보여서 결국 비서가 부부 침실까지 민이사님 모셔다 드린다. 침대에 드러누운 민이사님 보던 꼬마신부가 비서한테 꾸벅 인사하고. "고맙습니다." 하는데 비서 쭈뼛거리면서 꼬마신부한테 인사하고 집 빠져 나간다.

꼬마신부는 가만히 민이사님 내려다 보다가 갑갑해 보이는 넥타이부터 풀어준다. 자켓 단추도 풀어주고, 벗기려고 하니까 몸 움직여서 도와주는 민이사님 사실은 깨어 있는 거 아닌가, 하고 또 빤히 보는데 여전히 푸우- 하고 숨 내쉬면서 잔다. 차곡차곡 접은 옷가지들 옆에 내려놓고 양말도 벗기고 셔츠 단추도 몇 개 톡톡 풀러주는데 갑자기 민이사님 손 움직이더니 셔츠 단추 푸르는 꼬마신부 손 잡는다. 놀란 꼬마신부가 눈 동그랗게 뜨는데 민이사님 눈 게슴츠레 뜨고 꼬마신부 보고 있어. 

"주무시는 줄 알았어요."

꼬마신부가 자기도 모르게 놀라서 변명하는데 민이사님 갑자기 몸 일으켜 앉아. 꿀물 드릴까요? 술을 마셔 본 적은 없지만 술을 마신 사람들이 꿀물 찾는 건 알아서. 민이사님 별 말 않고 자기 옆 자리에 앉아 있는 꼬마신부 빤히 보다가 갑자기 손 뻗어서 머리 쓱쓱 쓰다듬어준다. 둘이 손 잡아 본 일도 없고 스킨십이라고 할 건 결혼식 때 키스(하는 척)한 거 뿐이라 꼬마신부는 심장이 터질 것 같다. 

"귀여워."

그리고 민이사님이 대뜸 귀엽다는 말을 하더니 뒤로 풀썩 넘어져서 다시 자기 시작해. 꼬마신부는 심장이 콩닥콩닥, 요란하게 뛰어서 그 날 밤새 잠을 못 이뤘대.





(2)

다음 날 아침에 민이사님 눈 떴는데 속 엄청 쓰리고 온 몸이 다 맞은 것처럼 아팠어. 비서가 부축해서 데리고 나왔던 것까진 기억하는데 그 다음이 기억이 안나. 그래도 어떻게 집엔 들어왔네, 하고 생각해. 비서가 집을 알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뭔가 허전해서 보니 이 넓은 침대에 저 혼자 대 자로 누워 뻗어 자고 있었어. 뭐지. 꼬마신부가 보이지 않아서 두리번 대던 민이사님 어쨌든 출근은 해야 하니까 일단 침대에서 내려와. 그제야 침대 위에 덩그러니 놓인 넥타이가 눈에 보여. 진짜 어디갔지. 조금 궁금해져서 생각하다가 곧 머리 흔들면서 갈아 입을 옷 챙겨 욕실로 향하지.

꼬마신부는 '귀여워.' 이후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거실만 서성였어. 그러다가 날 밝아 오는 거 보고 아침상 차리기 시작했어. 술 마신 다음 날은 보통 뭘 먹는지. 열심히 검색해서 콩나물국을 끓여놨어. 마침 콩나물이 있길 다행이지. 밥도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고, 꿀물도 타놓고. 그리고 시계 확인하니 조금 있으면 민이사님 일어나실 시간이라. 안 깨워도 혼자 잘 일어나는 민이사님이지만 어제는 과음하셨으니까 걱정이 돼서, 꼬마신부는 조금만 참았다가 민이사님이 일어나셨나 한 번 확인하기로 결심을 하고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는.

"아."

잠들었다, 그대로. 
씻고 나온 민이사님 소파에 웅크리고 잠든 익숙한 인영에 인상 살짝 찌푸렸다가 식탁 위에 차려져 있는 밥상 보고 픽 웃어. 원래 아침 먹는 타입도 아니고, 콩나물국 별로 안 좋아하지만 정성 봐서 먹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꿀물부터 마시고 자리에 앉아서 콩나물국 한 숟가락 떠 입에 넣는데 솜씨가 제법이다. 민이사님은 역시 자신의 사람 보는 눈-꼬마신부가 야무지고 씩씩하고 귀엽다고 생각했던-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꾹꾹 눌러 한그릇 가득 담아 놓은 밥을 다 먹는 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먹다보니 깨끗하게 다 비웠다. 민이사님 조금 민망하게 빈 그릇 내려다보다가 개수대에 가져다 놓는데 빈그릇들 덩그러니 남아 있는 게 좀 그런 것 같아서 어설프게 설거지도 해놓고 다시 거실로 나온다. 꼬마신부는 아직도 콜콜 달게 자고 있다.

"어, 저기."
"......."
"흠, 지민, 씨."

꼬마신부를 불러 본 적이 없어서 민이사님은 부를 만한 말을 찾다가 결국 지민씨, 하고 어렵게 입을 뗐다. 야속한 지민씨는 단잠에 빠져 입술까지 오물거리며 잔다. 귀여워. 그런 생각이 들어서 픽 웃었다가, 민이사님 조금 스스로가 낯설게 여겨져 헛기침을 했다.

"......?"

그리고, 눈을 떴다.
꼬마신부는 눈 뜨자마자 제 눈 앞에 보인 민이사 때문에 한 번, 어느새 누워서 쿨쿨 자고 있었던 자신 때문에 또 한 번 놀라 벌떡 일어나 앉았다. 엉망이 되었을 게 뻔한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민이사님 얼굴 살짝 살피는데 평소와 다르지 않은 얼굴이라 그냥 막 어색해. 꼬마신부가 눈 데굴데굴 굴리고 있는 게 다 보여 민이사님은 힘들게 애써가며 웃음 참는다.

"여기,"

제 팔을 베개 삼아 누워 자서 그런지 소매자락 그대로 볼에 자국이 남아서, 민이사님이 손 뻗어 볼 가리키자 어젯밤 일이 생각난 꼬마신부는 괜히 눈에 보이게 흠칫 떤다. 민이사님도 덩달아 놀라 뻗었던 손을 거두고. 아니, 여기 자국이 남았어요. 옷, 이거. 손가락으로 소매자락 가리키는 민이사 눈치보면서 꼬마신부는 고개만 끄덕끄덕하구.

"전 지금 출근할거에요."
"아, 네. 다녀오세요."

출근한다는 말에 일단 대답은 했는데 민이사님 코트랑 가방 챙기러 방 안으로 들어가고 나니까 아침 식사라고 챙겨놓은 것들 생각이 나서 꼬마신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삐걱삐걱, 고장난 로봇처럼 움직여 방 안으로 쫓아 들어가는데 이미 민이사님 코트 입고 수트케이스 챙겨 나오고 있었어.
할 말 있는 것처럼 제 뒤만 졸졸 쫓아 다니는 꼬마신부가 귀여워 민이사님 몸 숙여 구두 신으면서 키득키득 웃는다. 소꿉장난 하는 느낌이다, 이거. 구두 다 신은 민이사님 몸 일으켜 세우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라고 얼굴에 크게 써 놓은 꼬마신부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어서. 

"갈게요."
"다, 다녀오세요."

할 말 있음 해보라고 굳이 했던 인사까지 또 했는데 귀여운 꼬마신부는 하고픈 말도 못하고 꾸벅 인사만 한다. 민이사님 가볍게 목례하고 집 나서는데 꼬마신부는 울고 싶어졌다. 문 닫히기 직전에 민이사님이 한 말이 아니었다면, 물기가 남은 개수대나, 어설프게 놓여진 닦인 그릇들이 아니었다면 조금 울었을지도.

"잘 먹었어요, 고마워요."

심장이 또 요란스레 뛰었다. 그래서 조금 무서웠다.










다시 만나 반가워. 
이제까지 연재분은... 묶어서 천천히 올리려고 해.
잘 부탁해.

  • 백수 2017.06.29 12:22
    ㅠㅠㅠㅠㅜㅠㅜㅜㅜㅜ배뚜 왔구나ㅠㅠㅜㅜㅜㅜㅜㅠㅠ고마워ㅠㅠ
  • 백수 2017.06.29 12:49
    헐 백수야 이거 내가 제일 보내기 아쉬웠던 썰인데에에엑!!!! 아 너무 고마워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백수 2017.06.29 16:48
    와줘서 고마워 백뚜...ㅠㅠ
  • 백수 2017.06.29 18:44
    와줘서 고마워.................
  • 백수 2017.06.29 19:37
    백수 와줘서 고마워!!!!!!!! 아 너무 기쁘다
  • 백수 2017.06.29 20:14
    보고 싶었어
  • 백수 2017.06.29 20:52
    백뚜 최고다...
  • 백수 2017.06.29 23:56
    백수 다시와줘서 넘넘 고맙구 사랑해ㅠㅠ
  • 백수 2017.06.30 15:20

    지밍이랑 민이사님이다.....ㅠㅠ 쪼꼬미들...ㅜㅜㅜ

  • 백수 2017.07.02 04:58
    와 진짜 너무 귀엽다,,백쑤야 와줘서 곰마워ㅠ ㅠ ㅠㅠ 꼬마신부 말도 귀엽고 지민이도 귀엽고 지민이를 귀여워하는 윤기도 귀여워,,
  • 백수 2017.09.06 23:56
    와 이 것두 정말ㅜㅜㅜㅡㅜ 백수야 사랑해ㅜㅜ
  • 백수 2017.09.07 00:10
    헐...구백시에서 나진짜좋아했었는데ㅠㅠㅠ너무보고싶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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